앎의 비애/ 정숙자 앎의 비애 정숙자 어딘가로 달아난 궁금증 시보다 세상을 먼저 읽었다 뿔 솟은 사슴 외엔 어떤 짐승도 얼굴이 없는, 여기 에덴의 뒤꼍에서 머루순 같은 고전적 사고는 이제 청동 장미꽃, 또는 그 줄기처럼 부식되었다 인생은 추고에 추고 서로를 문지르는 지우갯밥 땀으로 익히고 턴 곡식.. 제6시집 · 정읍사의 달밤처럼 2010.12.12
한가람의 달/ 정숙자 한가람의 달 정숙자 관절염 앓는 한가람 무릎 언저리 언젠가 본 보름달 약속이란 지켜본 일 없는 사내 마음에 저당잡힌 서울 여인들 오뉴월에도 서리오는 바이러스를 그리로만 흘려보내 들쥐 소굴된 성황당 속살 물리학자 평화주의자 펄랭이 점쟁이 어디서 무엇들 하고 있기에 뇌종양 .. 제6시집 · 정읍사의 달밤처럼 2010.12.11
가지 않는 오월/ 정숙자 가지 않는 오월 정숙자 시누대 한 매디 길이도 안 되는 목숨 두견이科의 틈에 끼어서 운다 온몸에 이끼꽃 솟아나도록 그늘진 바위 쳇기 앓는 밤이면 합죽선 펼쳐 바람도 보내시는 한울님 올해 단오날은 그네도 아니 매고 담 급한 전라남도 망월동 치고 나앉은 秋史의 모르는 친구 나도풍란 한 잎 둘레도 안 되는 삶을 엉겅퀴科의 꽃들 틈에 끼어서 운다 -------------- * 시집 『정읍사의 달밤처럼』에서/ 1998. 3. 3.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부용(김제군)에서 태어남.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제6시집 · 정읍사의 달밤처럼 2010.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