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손/ 이정오(등단작) 효자손 이정오 할머니의 문갑 위에 조그맣게 구부러진 손이 있습니다 참새의 손입니다 이박삼일 수학여행을 떠난다며 밤새 조잘대던 새 한 마리에게 허리춤에서 꼬깃꼬깃해진 만 원짜리를 펴 주머니 속에 꼭꼭 넣어줍니다 흰 꽃 앞에서 경계의 눈빛만 반짝이던 고양이 한 마리 한참 동안 당신의 사각.. 잡지에서 읽은 시 2010.12.08
내 좁은 책상/ 정숙자 내 좁은 책상 정숙자 딴은, 누군들 일뱁일곱이야 넘지 못할까 황진이의 和答 카프카의 城 李白의 달 죽어서도 물려 있는 그 날개 밑 바늘 하나 백로지 우주만큼 넓은데 군자는커녕 샌님마저도 자꾸만 엎지르는 잉크 -------------- * 시집 『정읍사의 달밤처럼』에서/ 1998. 3. 3. <한국문연>.. 제6시집 · 정읍사의 달밤처럼 2010.12.08
금요일과 토요일 사이/ 황희순 금요일과 토요일 사이 황희순 은밀한 곳에 연못 하나 만들어 쏘가리, 메기, 붕어, 안국사 처마 끝 청동물고기, 부석사 목어까지 잡아다 풀어놓는 거야. 한 1년 공들이면 손맛 당기지 않을까? 고놈들 통통하게 살 오르면 내 옆구리 살점 미끼로 한 마리씩 낚는 거야. 낚은 건 절대 놓아주지 않아. 미끼에 .. 잡지에서 읽은 시 2010.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