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箱의 달빛/ 정숙자 李箱의 달빛 정숙자 저 달은, 또 정신분열증세 무수한 면도날을 집어들었다 웃고 있는 사나이 저 달은 최고로 무서운 계집처럼 파고든다 일요일, 모든 별들 간호사의 눈을 하고 집기를 닦는다 천재가 마취된 수술실은 강렬한 불빛만이 조용하다 -------------- * 시집 『정읍사의 달밤처럼』에서/ 1998. 3. 3.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부용(김제군)에서 태어남.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제6시집 · 정읍사의 달밤처럼 2010.12.15
어딘가 있을 하루/ 정숙자 어딘가 있을 하루 정숙자 긴 복부 어딘가 있을 하루를 찾아 홀로이 가시 세워 흐르는 강물 태양이 풀어 버린 열두 달 언제나 새로운 곡선의 파충류 파충류 아버지, 할아버지, 증조부님, 그리고 나도, 두꺼비가 배를 파먹어 어제오늘 허옇게 누운 낮달도… -------------- * 시집 『정읍사의 달.. 제6시집 · 정읍사의 달밤처럼 2010.12.14
맹금류/ 정숙자 맹금류 정숙자 사랑하면서도 먹는다, 는 그 점이 마음에 걸린다 성충이 되면 식사하지 않는 나비는 그 모습 만큼이나 고등한 종족 입맞춤의 황홀 머금은 날 스테이크, 우동, 수박… 동물임을 확인하는 永久齒 루즈를 칠하고 때로는 서정시를 꼽기도 하지만 서른두 개의 핵탄두 보유한 맹.. 제6시집 · 정읍사의 달밤처럼 2010.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