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시집 · 정읍사의 달밤처럼

한가람의 달/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0. 12. 11. 00:45

 

 

    한가람의 달

 

    정숙자



  
관절염 앓는 한가람

  무릎 언저리

  언젠가 본 보름달


  
약속이란 지켜본 일 없는 사내

  마음에 저당잡힌 서울 여인들


  
오뉴월에도 서리오는 바이러스를

  그리로만 흘려보내

  들쥐 소굴된

  성황당

  속살


  
물리학자

  평화주의자

  펄랭이 점쟁이

  어디서 무엇들 하고 있기에


  
뇌종양 앓는 목멱산,

  한 뼘 남은 고독에 지친 노인들,

  아이를 버린 미혼모,

  전선의 초병,


  
손거울처럼

  떨어진 달의 모서리

  언젠가 본 하늘 한 조각 

 

    --------------

   * 시집 『정읍사의 달밤처럼』에서/ 1998. 3. 3. <한국문연>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부용(김제군)에서 태어남.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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