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람의 달
정숙자
관절염 앓는 한가람
무릎 언저리
언젠가 본 보름달
약속이란 지켜본 일 없는 사내
마음에 저당잡힌 서울 여인들
오뉴월에도 서리오는 바이러스를
그리로만 흘려보내
들쥐 소굴된
성황당
속살
물리학자
평화주의자
펄랭이 점쟁이
어디서 무엇들 하고 있기에
뇌종양 앓는 목멱산,
한 뼘 남은 고독에 지친 노인들,
아이를 버린 미혼모,
전선의 초병,
손거울처럼
떨어진 달의 모서리
언젠가 본 하늘 한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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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정읍사의 달밤처럼』에서/ 1998. 3. 3. <한국문연>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부용(김제군)에서 태어남.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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