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시집 · 정읍사의 달밤처럼

앎의 비애/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0. 12. 12. 01:25

 

      앎의 비애

 

      정숙자



  어딘가로 달아난 궁금증

  시보다 세상을 먼저 읽었다


  
뿔 솟은 사슴 외엔

  어떤 짐승도 얼굴이 없는, 여기

  에덴의 뒤꼍에서


  
머루순 같은 고전적 사고는

  이제

  청동 장미꽃, 또는

  그 줄기처럼 부식되었다


  
인생은

  추고에 추고

  서로를 문지르는

  지우갯밥


 
땀으로 익히고 턴 곡식알들은

  무엇을 덜 보인 카인의 저주였을까

 

    --------------

   * 시집 『정읍사의 달밤처럼』에서/ 1998. 3. 3. <한국문연>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부용(김제군)에서 태어남.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제6시집 · 정읍사의 달밤처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딘가 있을 하루/ 정숙자  (0) 2010.12.14
맹금류/ 정숙자  (0) 2010.12.13
한가람의 달/ 정숙자  (0) 2010.12.11
가지 않는 오월/ 정숙자  (0) 2010.12.10
시월 숲길/ 정숙자  (0) 2010.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