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시집 · 정읍사의 달밤처럼

가지 않는 오월/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0. 12. 10. 01:12

  

    가지 않는 오월

 

    정숙자 

 

 

  시누대 한 매디 길이도 안 되는 목숨

  두견이科의 틈에 끼어서 운다

 

  온몸에 이끼꽃 솟아나도록

  그늘진 바위

  쳇기 앓는 밤이면

  합죽선 펼쳐

  바람도 보내시는 한울님


  올해 단오날은

  그네도 아니 매고

  담 급한 전라남도 망월동

  치고 나앉은

  秋史의 모르는 친구

 

  나도풍란 한 잎 둘레도 안 되는 삶을

  엉겅퀴科의 꽃들 틈에 끼어서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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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정읍사의 달밤처럼』에서/ 1998. 3. 3. <한국문연>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부용(김제군)에서 태어남.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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