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않는 오월
정숙자
시누대 한 매디 길이도 안 되는 목숨
두견이科의 틈에 끼어서 운다
온몸에 이끼꽃 솟아나도록
그늘진 바위
쳇기 앓는 밤이면
합죽선 펼쳐
바람도 보내시는 한울님
올해 단오날은
그네도 아니 매고
담 급한 전라남도 망월동
치고 나앉은
秋史의 모르는 친구
나도풍란 한 잎 둘레도 안 되는 삶을
엉겅퀴科의 꽃들 틈에 끼어서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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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정읍사의 달밤처럼』에서/ 1998. 3. 3. <한국문연>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부용(김제군)에서 태어남.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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