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두나무/ 박정수 앵두나무 박정수 마을 초입 우물 하나 있었다, 그 우물 영월댁 셋째딸이 뛰어든 이후 흔적마저 사라졌다 한낮 마을은 콩밭으로 옮겨진 듯 비워지고 붉음은 가지 끝까지 오르다가 숨겨진 기억을 내뱉듯 온몸이 가팔라졌다 열아홉 처녀의 짝사랑이 숨어 있기 좋은 곳이다 어쩌면 우물의 밑바닥까지 뿌.. 시집에서 읽은 시 2010.12.17
시월, 화요일/ 박정수 시월, 화요일 박정수 하늘이 너무 높아 미장원에 갔었지 결코 푸르게 염색하려는 의도가 아니었어 북쪽으로 문이 난 가게는 오후 세 시에 이미 햇살을 잘라내고 흰 벽의 거울만 환했지 중년의 수다를 말아올린 듯 김 오르는 세상처럼 곱실거렸지 막 풀려나간 파마롯드엔 한 여자의 체온이 스멀스멀 흩.. 시집에서 읽은 시 2010.12.17
그리스도의 발자국/ 정숙자 그리스도의 발자국 정숙자 언제나 반듯한 길 그 언저리를 또한 중심부를 밤낮 없이 더듬는 눈길 한양오백년가의 日本刀처럼 대물린 가난처럼 숨어드는 三枝槍 그림자 손 발 옆구리 흔들어댄 바람일수록 절하며 맞이하고 배웅한 나무 한 치의 땅도 뒤흔들려 제대로는 서 본 적 없는 황톳길 깊은 발자국 어둠의 급소 알린 조각달 -------------- * 시집 『정읍사의 달밤처럼』에서/ 1998. 3. 3.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부용(김제군)에서 태어남.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제6시집 · 정읍사의 달밤처럼 2010.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