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머리를 흔들어봐! / 고은산 잠깐, 머리를 흔들어봐! 고은산 뭉텅뭉텅 아픈 생각, 가느다랗게 촉수를 뻗치며, 굽이치는 달빛의 꽁무니를 따라 깊은 시골의 고샅길을 걷는, 기억을 쫓아봐 어둠의 홰 위에서 날갯죽지 퍼덕이며, 밤에 흉터를 내는 수탉의 발톱에 낀 흙먼지 같은, 삐죽삐죽 돋아난 두개골의 편린들 쫓아봐, 그리고, 잠.. 시집에서 읽은 시 2010.12.09
벚꽃축제/ 고은산 벚꽃축제 고은산 군중 속 엿가위 허공을 싹둑싹둑 자른다. 부딪는 소리는 웅성거림 속 높은 음계로 휘젓는다. 귓바퀴에 에도는 난장의 음파가 시골 벚꽃축제 장터 머리 위 까치발로 높이 서 있다. 길 옆 좁은 구석에 자리 잡은 한 사내, 어두운 듯 전선을 달아 부지런히 움직��다. 방금 핀 벚꽃, 흥이 .. 시집에서 읽은 시 2010.12.09
시월 숲길/ 정숙자 시월 숲길 정숙자 흔들지 않아도 떨어지는 시월 숲길은, 석양은, 새로 칠한 단청빛이다 감자 싹같이 포근한 편지 북으로, 남으로도 날려보내자 금홍이의 동전 여막밭 새소리도 이 무렵 바람에선 음이 깊었다 싸리꽃 냄새, 탱자나무 길 돌계단 몇 개 날아내리면 고구마순 한 무데기 먹던 .. 제6시집 · 정읍사의 달밤처럼 2010.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