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 프로젝트-53
정숙자
이르고 이르러// 나는 내 키가 포플러가 아니었음을 서운해하지 않는다. 나는 내 목소리가 꾀꼬리가 아니었음을 서운해하지 않는다. 나는 내 두뇌가 수재가 아니었음을 서운해하지 않는다. 나는 내 마음이 하해河海가 아니었음을 서운해하지 않는다. 나는 내 부모님이 사대부士大夫가 아니었음을 서운해하지 않는다. 나는 내 지식과 지혜가 등불이 아니었음을 서운해하지 않는다. 나는 내 나이가 노년에 들어섰음을 서운해하지 않는다. 나는 내 시가 별자리가 아니었음을 서운해하지 않는다. 나는 오직 자신을 과장하지 않고, 축소하지 않으며 나 이상의 무엇을 욕망하거나 절망하지도 않았다 않는다. 나는 그러한 내가 나 자신이었음을 진정 서운해하지 않는다.
---------------------
* 『문학과 창작』 2021-봄(169)호
'그룹명 > 나의 근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슬 프로젝트-54 (0) | 2021.03.28 |
---|---|
허무희 (0) | 2021.03.27 |
시, 간의 첫발 (0) | 2021.03.14 |
꼰소* (0) | 2020.12.19 |
꽃병 속의 피 & 시작노트 (0) | 2020.1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