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100세 시대를 사는 법은? (발췌)
정종명/ 소설가 · 한국문인협회 고문
솔개는 태어나서 40년쯤 살면 발톱이 노화되어 사냥 능력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부리와 발톱도 길게 자라면서 구부러지고, 깃털도 무거워져 높이 나는 것이 버겁습니다. 그렇게 되면 죽을 날만 기다리는 처량한 신세로 전락해 버립니다. 대부분의 솔개는 실제로 그런 무기력한 상태로 죽을 날만 기다리면서 쓸쓸하고 고독한 노년기를 보내지마는, 더 좀 오래 살기 위해 피나는 갱생의 과정을 거치는 솔개도 있습니다.
솔개는 갱생의 과정을 이렇게 시작합니다. 먼저 산 정상으로 올라가 바위틈에 둥지를 만듭니다. 부리로 바위를 계속해서 쪼아 구부러진 부리를 닳게 합니다. 그러면 새 부리가 돋아납니다. 그다음에는 날카로워진 부리로 구부러진 발톱을 하나하나 뽑아냅니다. 그렇게 해서 새 발톱이 돋아나면, 그 발톱으로 묵은 깃털을 모두 뜯어냅니다. 묵은 깃털이 빠져 버린 그 자리에 새 깃털이 돋아납니다. 그런 수행 과정은 6개월쯤 걸리고, 새롭게 태어난 솔개는 70년쯤 더 살게 됩니다. (p-23)
『아라비안 나이트』에 나오는 세헤라자드는 죽지 않으려고 밤마다 목숨을 걸었습니다. "더 물러날 곳도, 도망갈 곳도 없다."는 절박감이 목숨을 구하는 동력으로 작용했습니다. 죽고 싶은 고통 속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힘겨운 훈련을 반복하는 운동선수의 피나는 노력과 인내심을 본받아야 합니다.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를 200번이나 고쳐 썼다는 일화를 남겼습니다. 「소나기」의 작가 황순원 선생도 교정지 여백이 새빨갛게 변할 정도로 작품을 고쳐 썼습니다. 고치고 또 고치면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쓴 작품은 명작이 되지만, 쓰다가 적당히 자족해 버린 작품은 태작에 머물고 맙니다. 명작은 거저 얻어지는 것도 아니고, 우연히 쓰여지는 것도 아닙니다. 피나는 노력과 각고의 인내 끝에 탄생합니다. 김춘수의 「꽃」이나 김승옥의 『무진기행』도 인내의 산물입니다. 절차탁마切磋琢磨해야 합니다. (p-24-25)
-------------------
* 『월간문학』 2021-1월(623)호 <권두언> 에서
* 정종명/ 소설가, 한국문인협회 고문
'권두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정례 시인 타계(1955~2021, 66세) (0) | 2021.04.08 |
---|---|
도편추방의 아고라 문화(전문)/ 강기옥 (0) | 2021.03.05 |
창간사_우리는 상상인이다(부분)/ 염창권 (0) | 2021.02.08 |
『바람이 분다』1 · 2권을 펴내며/ 김후란 (0) | 2021.01.22 |
향가시회『현대향가』제3집에 부침(부분)/ 이영신 (0) | 2021.0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