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나의 근작시

공간의 역설

검지 정숙자 2020. 6. 15. 17:07

 

 

    공간의 역설

 

    정숙자

 

 

바다일 필요는 없다

폭포나 강물일 필요도 없다

최소단위로 압축된 한 방울이면 족하다

 

그 한 방울의 초점을 열면

태양과의 합의로 이룬 도시가 한눈에 펼쳐진다

생명력 가득한 거리와 창문들, 신전, 정원··· 행인들까지가 옛 모습 그대로다

 

고통과 고뇌에 포위당한 날

촛불보다 먼저 꺼져버리고 싶은 날

밤조차 너무 희어, 눈감아지지 않는 날

내 아틀란티스 제1문의 열쇠는

비밀보다 단단히 여민 침묵과 눈물

그 중심에 있다

 

검붉은 그 슬픔 허물어- 허물어-

 

홀로 들어선 아틀란티스

그리운- 그리운- 그리운 하늘에 가라앉아버린

그러나 퇴색되지 않은, 그때 그대로의 아틀란티스

돌멩이도 새들도 내일로 달렸던

수레바퀴 소리도 씩씩하기만 했던 나의 아틀란티스

 

겨우 스물 무렵에 세··· 운···

 

누군가의 뮤 제국도 거기 그대로 존재할 테지

누군가가 의식/ 기억하는 한

사막이든, 바다든 미래조차도 거기 있다지

절대로- 절대로- 시간은 사라지거나 구겨지지도 아니한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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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문예』 2020-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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