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구과극白駒過隙
정숙자
가드레일에 죽은 고양이가 걸쳐져 있다
어쩌다 저리 됐을까
누가 가져다 저래 놨을까
······확인한 바
플라타너스 몇 잎이 말라붙은 나뭇가지였다
태풍에 찢겼나 보다
소용돌이치다가 끼었나 보다
작신 허리 꺾인 포즈를 하고, 너는 푸른 숨을 거두었구나
갈색으로, 검정으로, 아니 고양이로 변신했구나
<너무 애쓰지 마>
난 풍장이 좋아
이 길과 저 하늘과 해 질 녘이면 늘 걸어오는 그대들의 말소리와 숨소리, 발자국 수북한 이 길을 택했어, 라고
말하지도 못하는내 길동무, 한 번 눈여겨 봐주지도 않았던 이파리들 가운데 한 잎이었던 잎, 무음이 돼버린 이제야 입
이 시대에 건성으로가 아니라
진정으로, 어둠으로 시를 쓰는
몇몇 시인이 있다
이 시대에 그 몇몇 시인이면 족하다
<너무 애쓰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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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파 MUNPA』 2020-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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