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나의 근작시

엑스영역

검지 정숙자 2019. 4. 17. 13:57

 

    엑스영역

 

    정숙자

 

 

  그 곳은 분명 내 영역이지만

  나 자신이 모르는 구역이다

 

  뇌 촬영, IQ 검사라면 뭔가 얻을 수 있겠지,만

  그 또한 과학적 가시권의 현상과 한계일 뿐

 

   그러나 진정 X-영역은 내 행위 일체를 리드/수호하는 요새로서 깊이와 너비, 해수면까지도 존재할 것이다. 거기 보이지 않는 층위에서 나는 일초일순 수정/보완되며 닦였을 것이다.

 

   X-영역은 내가 조절하거나 들여다볼 수조차 없다. 나는 껍질로서의 실존인가? 그 실재를 우리는 너무도 간단히-편의상 ‘무의식’이라 일컫지만, 그 시스템을 어떻게 규명해볼 것인가.

 

  며칠 전 꿈속에서)

   나는 내 침대에서 잠들었다, 한순간 어떤 손이 내 목을 죄고 있었다. 나는 상대에게 조용히 말했다. "저는 눈뜨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얼굴을 보지 않았습니다. 빨리 나가세요."

 

   "저는 눈뜨지 않았습니다. 당신 얼굴을 보지 않았습니다. 빨리 나가세요. 전 눈뜨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얼굴을 보지 않았습니다. 빨리 나가세요." 세 번째 되뇌다가 깨어났다.

 

  그 아침, 나는 매우 기뻤다

  생시였다면 그리하지 못했으리라

 

  여태 그래왔을 X-영역

  여생 또한 그렇게 해나갈 X-영역

 

  내 목숨, 가지러 왔던 악령도 좋았으리라

  제 모습 흘리지 않았으므로

  그리고 그도 그 점 기억하리라

  그이도 나도 좀 더 진화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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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사사』2019. 3-4월호 <시사사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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