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41회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작 / 동시>
낯선 나무에 삼촌 휴대폰이 열린다면
박희정
어느 날 아침
마당에 나가 보니
감나무 옆에 낯선 나무가
가지를 삐죽이 내밀고 있었지
얼마 전
내 휴대폰을 묻은 자리였어
새 휴대폰으로 전화번호를 옮기다가
돌아가신 삼촌 번호 어쩌지 못하고
감나무 옆에 묻어 뒀지
번호만 받아 놓고
한 번 걸지 못한
삼촌 전화번호
그 번호 저장돼 있는 내 휴대폰
버릴 수가 없었어
그 자리에서 나무가 나오다니….
이 나무 자라면
삼촌 휴대폰이 열릴까?
그럴 수 있다면
삼촌한테 당장 전화할 거야
우리 집에 어서 오라고 떼를 쓸 거야
홍시가 다 떨어지게 생겼다고
빨리 오셔야 드실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을 거야
삼촌 좋아하는 봉지커피도
타 드린다 할 거야
정말로
그럴 수 있다면
용돈 많이 주서 감사했다고
사랑 많이 주셔거 따뜻했다고
꼭 얘기할 거야
*심사위원 : 문삼석
----------------
*『월간문학』2017-3월호 <신인작품상 당선작 발표>에서
'동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석가탄신일/ 김영수 (0) | 2017.04.05 |
---|---|
개나리꽃/ 김정현 (0) | 2017.03.16 |
마음 듣기/ 이봉춘 (0) | 2017.01.25 |
토란/ 이경덕 (0) | 2016.12.19 |
최명란이 읽은 좋은 동시/ 눈사람과 아기 : 권영상 (0) | 2016.1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