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낯선 나무에 삼촌 휴대폰이 열린다면/ 박희정

검지 정숙자 2017. 2. 18. 01:31

 

 

 < 제141회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작 / 동시>

 

 

    낯선 나무에 삼촌 휴대폰이 열린다면

 

    박희정

 

 

  어느 날 아침

  마당에 나가 보니

  감나무 옆에 낯선 나무가

  가지를 삐죽이 내밀고 있었지

 

  얼마 전

  내 휴대폰을 묻은 자리였어

 

  새 휴대폰으로 전화번호를 옮기다가

  돌아가신 삼촌 번호 어쩌지 못하고

  감나무 옆에 묻어 뒀지

 

  번호만 받아 놓고

  한 번 걸지 못한

  삼촌 전화번호

 

  그 번호 저장돼 있는 내 휴대폰

  버릴 수가 없었어

 

  그 자리에서 나무가 나오다니….

 

  이 나무 자라면

  삼촌 휴대폰이 열릴까?

 

  그럴 수 있다면

  삼촌한테 당장 전화할 거야

  우리 집에 어서 오라고 떼를 쓸 거야

 

  홍시가 다 떨어지게 생겼다고

  빨리 오셔야 드실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을 거야

  삼촌 좋아하는 봉지커피도

  타 드린다 할 거야

 

  정말로

  그럴 수 있다면

  용돈 많이 주서 감사했다고

  사랑 많이 주셔거 따뜻했다고

  꼭 얘기할 거야

 

  *심사위원 : 문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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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문학』2017-3월호 <신인작품상 당선작 발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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