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 프로젝트-13
정숙자
소외효과// 겨우 눈떴을 때, 요즘 횡행하는 시들을 읽었다면
결코 매혹되지 않았을 거야. 몇 번 홉뜨다가 시? 흥미를 놓치고
말았을 거야. 그리하여 혹자는 시인이 되지 않았을 거야. 시인을
동경하지 않았을 거야, 시집을 사러 서점에 드나드는 일 또한 없
었을 거야.
껍질 속으로 되들어갈까
흐물흐물 흰자로 살까
의미의 수용, 정서의 함량, 정의의 골격, 문법과 문장, 촌철의
탄력, 도약의 정면
그 모든 질서가 와해된 현장에 곧이곧대로 서 있거나 걸어가는
게 무슨 적응이며 극복일까. 시? 즉 이런 거라면 왜 거기 시간을
봉헌해야 하나. 파괴의 잇단 꼬리는 파격의 몰락이야. 이 갈피 없
는 책갈피에서 미끄러지거나 젊어지는 우물물 혹자도 끝내 마셔
야 하나?
사라진 국경 내다보는 새…
탕, 탕, 탕, 총소리 끌고 가는 새…
* 『월간문학』2015 -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