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시 3
정숙자
그가 여기 태어나자마자 먹은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그건 바로 ‘한 살’이었습니다. 숨소리로 수정된 첫 순간부터, 신으
로부터 예약된 것이었죠. 한 해 한 해 신은 어김없이 지급해 주었습
니다. 그리고 그 한 살들 속에는 다양한, 또 다른 먹잇감들이 숨어
있었죠.
그 먹잇감을 한 음절로 뭉뚱그려 보일 수 있을까요?
있습니다. ‘삶’이라고 하면 얼추 들어맞지 않을까요?
그는 예순세 번의 한 살과 예순 세 해 동안의 삶을 넘겨왔습니다.
삶이 주는 거라면 뭐든지 달게 풀어야 할 공손을 배우는 게 삶이었습
니다. 뚝 끊어지면 더 이상 한 살을 먹을 수도 삶에 대하여 겸손할
수도 없습니다.
그는 신을 모르지만 신은 그를 꿰고 있지 않을까요?
오고 또 오는 한 살 한 살들. ‘열심히’가 아니면 이어지지 않을 삶을
어느 한나절도 멈추지 않고 내어주시니! 들려주시니! 가만 가만히 흘
러가거나 불어갑니다. 그에게 남은 방향은 강물이거나 바람입니다.
* 『전북문학』271호, 48~49쪽/ 2015. 6. 26.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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