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새벽
강인한
깊 은 강 잔잔한 물소리 들린다
내 곁에 잠든 아내.
내가 당신 속을 끓게 한 말들
당신이 나를 미치게 한 옛날도
더러는 굽이치는 흐름이었네.
가난하고 순한 젊음에 반짝
이 새벽 촛불 하나 드리고 싶다.
우리 집 세 마리 토끼를 위해
공판장에서 과일을 머리에 이고 오던 걸음
오명가명 한 시간.
어머니 떠나시고
장독의 상한 간장 죄다 바가지로 퍼내 버린
아내의 가을도
함께였다, 50년······
-전문(p.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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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로여는세상』 2024-여름(90호)호 <신작시> 에서
* 강인한/ 1967년⟪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장미열차』등 12권, 시선집『당신의 연애는 몇 시인가요』,
비평집『백록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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