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입동/ 박성우

검지 정숙자 2024. 7. 29. 01:40

 

    입동

 

    박성우

 

 

  상강에 날아왔던 물오리들이 물결을 당겨 펴며 물그물을 쳤다

 

  텃밭에서 몸집을 키우던 배추 두 포기가 뿌랭이만 남기고 갔다

 

  포플러 가지 끝에 올라 흔들흔들 울던 까치가 겅중겅중 뛰었다

 

  고춧대 뽑아낸 자리로 들어가 기지개를 켜는 겨울초가 푸르렀다

 

  무시래기 삶는다던 팽나무집 할머니가 마당가 화덕에 불을 넣고

 

  물오리같이, 배추 뿌랭이같이, 까치 꽁지깃같이, 겨울초같이 서 있었다 

    -전문(p.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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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시』 2023-12월(408)호 <신작특집> 에서

  * 박성우/  2000⟪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