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파리목숨/ 조병태

검지 정숙자 2024. 7. 28. 01:53

 

    파리목숨

 

     조병태

 

 

  허기진 파리 한 마리

  주위를 살피면서 식탁 위에 내려앉는다.

 

  숨을 죽이고 살그머니 일어나

  파리채를 가져왔다.

 

  정조준하고 내리치려는 순간

  자신의 죽음을 눈치챘는지, 서둘러

  공손한 태도로 소곳이 앉아

  두 손 모아 싹싹 빌며

  목숨을 구걸한다.

 

  측은지심*을 가지고

  생사를 신중하게 결정하려는 순간

  고개를 두어 번 갸우뚱거리더니

  죽음의 활주로를 가볍에 이륙한다.

 

  구명의 애원을

  자비심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알고

  감사하며 떠나는가?

 

  나에게도

  결정적인 운명의

  절박한 순간이 닥쳐온다면

  얌전히 무릎 꿇고

  두 손 싹싹 빌어 볼 거나.

    -전문(p. 192-193)

 

    * 측은지심: 인간의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씨로 다른 사람의 불행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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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시학』 2024-여름(49)호 <신작시>에서 

* 조병태趙炳泰/ 2013년 『미래시학』으로 시 부문 등단, 2016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동화 부문 당선, 시집『흐르는 물처럼』『마지막 풍경』외, 동화집『내 이름은 바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