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라는 곳으로 가 보다 외 1편
동시영
오월,
줄장미가 줄지어
꽃이라는 곳으로
가 보고 있다
해마다 가도 아직 다 못 간 모양이다
담에서 벽으로
끝없는 행렬
길에서 길로,
사람들 줄지어
사람이라는 곳으로
가 보고 있다
목숨은
다,
붉은 장미
다만, 가 보는 곳이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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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화전
인산인해
인사동 네거리
찍고 찍혀 나온 생생한 판화 속
박수근 판화전이 판을 벌였다
'빨래하고' '기름 팔고' '집으로 가고'
판화와 판화 사이
구경하는 나도 판화
서로 봐 주는
판화와 판화 사이
세상은 거대 상설 판화전
판화가 없을 때도 판화는 있었고
복사기가 없을 때도 복사는 있었다
찍고 찍히고
찍어 걸고,
날마다는 나와
발자국으로라도 찍고
봄날은 더욱 판화의 계절
매화, 라이락, 산수유, 매발톱꽃···
그 미소에 그 향기
탕탕 탕탕
판화 찍는 저 소리
판소리 한 판처럼
가락 나와 춤춘다
-전문(p. 6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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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수평선은 물에 젖지 않는다』에서/ 2024. 3. 19. <서정시학> 펴냄
* 동시영/ 2003년『다층』으로 등단, 시집『미래 사냥』『낯선 신을 찾아서』『신이 걸어주는 전화』『십일월의 눈동자』『너였는가 나였는가 그리움인가』『비밀의 향기』『일상의 아리아』『펜 아래 흐르는 강물』『마법의 문자』, 연구서『노천명 시와 기호학』『현대시의 기호학』『한국 문학과 기호학』, 기행 산문『여행에서 문화를 만나다』『문학에서 여행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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