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동시영
몸이 화살표다
어디로 가라는 화살표인가?
온 바다 헤매는 화살표,
따로, 방향할 곳이 없다는 거냐?
사는 건,
그냥,
헤매는 거란 말인가?
-전문-
해설> 한 문장: 참으로 유머러스하다. "몸이 화살표"인 오징어에게 화자가 묻는다. "어디로 가라는 화살표인가?" 이것은 삶에 대한 화자의 물음이요, "따로, 방향할 곳이 없다는 거냐?" 이것은 화자 자신의 대답이라고 보아도 된다.
삶에 무슨 필연적인 방향이 있나? "그냥, 헤매는 거" 아니냐. "화살표"인 것 같지만 가리킬 곳이 없다. "온 바다 헤매는 화살표" 이게 우리의 인생 아니냐.
(···)
그러니까 이 시집은 방향 모를. "화살표" 없는 바닷속 같은 세상을 바람처럼 멀리, 가까이 떠돌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를, '오늘"을 사는 자기 존재의 삶의 의미를 계속해서 물어가는 행위의 연속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시집에는 "흐름"이라는 시어가 유난히 많이 등장하는데, 이것은 다시 "순간"과 짝을 이룬다. 하나의 연결체로 등장한다는 뜻이 아니다. 시인은 한없이 펼쳐진 공간, 끝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 한 점으로 존재하는 자신의 삶의 의미를 묻고 또 묻는다. (p. 시 106/ 론 116-117 (···) 123) <방민호/ 문학평론가 · 서울대학교 국문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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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수평선은 물에 젖지 않는다』에서/ 2024. 3. 19. <서정시학> 펴냄
* 동시영/ 2003년『다층』으로 등단, 시집『미래 사냥』『낯선 신을 찾아서』『신이 걸어주는 전화』『십일월의 눈동자』『너였는가 나였는가 그리움인가』『비밀의 향기』『일상의 아리아』『펜 아래 흐르는 강물』『마법의 문자』, 연구서『노천명 시와 기호학』『현대시의 기호학』『한국 문학과 기호학』, 기행 산문『여행에서 문화를 만나다』『문학에서 여행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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