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첩첩산중/ 박무웅

검지 정숙자 2011. 1. 8. 00:21

 

 

    첩첩산중


     박무웅



  나는 줄기차게 세상을 꿈꾸었다

  

  살아서는

  서슬 퍼런 칼날처럼

  세상을 향해 온몸으로 부딪히고 싶었다

  몸이 부러져 녹슨 쇠 조각이 될지라도


  죽어서는

  묵묵한 인수봉처럼 몸과 정상이 하나가 되어

  세상을 내려다보면서 천기를 발설하고 싶었다

  남들이 쳐다보지 않는 바위일지라도


  도봉산으로 오르는 길

  산이 높을수록 낮아지는 산길들

  길들은 미로처럼 얽혀 만나고 또 헤어진다


  돌아보면 올라온 산길이 내 안에 들어와 있다

  눈이 보이지 않아도 마음이 보는

  내 안의 길들

  남은 일생동안 올라가야 할 산길이 내 안에 들어와 있다


  내 안의 나는 언제나 첩첩산중이다



   *『다시올문학』2010-겨울호

   * 박무웅/ 경기 여주 출생, 2006 ≪시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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