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물방울/ 나석중

검지 정숙자 2011. 1. 8. 00:20

 

  물방울


   나석중



  돌이켜보면

  나도 하늘에서 온 물방울

  돌계단 아래 옹색한 터를 잡고

  어느 민들레 꿈적도 않고 사는 걸 보고

  나의 위태한 삶은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나도 하나의 외로운 물방울이어서

  당신에게 떨어져 스미고 싶었네

  내가 부엉이처럼 밤을 지새울 때

  당신이 내려준 감로(甘露)

  서로 응집하여 눈동자를 키우고

  또르르 나뭇잎 끝에 맺히는 이 아침

  이윽고 땅에 떨어져 목마른

  흙에 스미어 또 한 생명을 일으키네

  생명에서 생명으로

  항상 마르지 않는 저 바다도 큰 물방울

  큰 물방울 보면 보태지고 싶은 내 물방울

  당신에게 전적으로 스미고 싶은

  나의

  초라한 물방울



  *《다시올문학》2010-겨울호에서

  *나석중/ 전북 김제 출생, 2004년『신문예』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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