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바닥에 떨어진 머리칼 박형준 어머니는 팔순을 내다보면서부터 손바닥으로 방을 닦는다 책상 밑에서부터 시작하여 어둠침침한 침대 밑에 한쪽 손을 쭉 뻗어넣고 엎드린 채로 머리칼을 쓸어내오신다. 어머니의 머리칼은 하얗고 내 머리칼은 짧다. 그러나 정체불명의 것도 있다. 빗자루로 아무리 쓸어내도 방바닥에는 어머니와 내 것이 아닌 흔적이 떨어져 있다. 어머니는 먼지가 가득 묻은 머리칼 한 움큼을 뭉친다. 그걸 보고 있으면, 어머니의 지문이 다 닳아져 우리 둘 외의 다른 머리칼로 변한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한 달에 한 번 다녀가실 때마다 못난 자식을 두고 가는 슬픔이 방바닥에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여, 버스정류장 앞에서 나는 그녀를 보낼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으로 보는 게 아닐까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칼을 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