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져 가는 발걸음 그는 기억하지 않는다 고경자 열차에서 내린 승객들 밀고 당기며 어둠이 만지고 간 계단 위로 머리만 둥둥 떠다닌다. 독존의식이 강한 머리와 가벼운 머리 정서가 비통한 머리들 암호처럼 일렁이며 수많은 머리들이 숲을 이루어 계단을 오른다. 통제 잃은 자아 상실한 발 하나 꿈틀거리는 계단을 구른다. 하얗게 질린 어둠의 눈썹에 내려앉아 우주의 숨결을 불어 넣고 해마는 의식의 끈을 붙잡아 심폐소생술을 하네. 흐려지는 의식이 구름계단을 밟고 어둠의 중간쯤을 걸어간다. 스쳐가는 교차로도 없는데 어디로 가는 것일까. 세상에서 하나씩 지워져 가는 발걸음 그는 기억하지 않는다. -전문(p. 69-70) ---------------------------- * 『월간문학』 2023-11월(657)호 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