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177

하병우_(···), 휴머니즘과 아동문학, 그의 시세계/ 자장노래 : 윤석중

자장노래 윤석중(1911~2003, 92세) 아가야 착한 아기 잠 잘 자거라 초저녁 달을 보고 멍멍 짖다가 심심해 바둑이도 잠이 들었다 아가야 착한 아기 잠 잘 자거라 아무리 불어 봐도 소리가 안 나 성이나 나팔꽃도 잠이 들었다 아가야 착한 아기 잠 잘 자거라 모여서 소곤소곤 채송화들도 이입들도 꼭 다물고 잠이 들었다 아가야 착한 아기 잠 잘 자거라 집 없는 잠자리도 풀잎에 앉아 눈물이 글썽글썽 잠이 들었다 -전문(p. 332) ▶ (···), 휴머니즘과 아동문학, 그의 시세계/ 아동문학 (발췌) _하병우/ 시인 · 문학평론가 아동문학이 시작된 것은 방정환에서부터였다고 한다. 즉 신문체로 써진 동화가 소파의 동화운동을 비롯해서 그가 쓴 동화가 그림이나 안데르센의 동화를 번역으로 된 것이라고 해도 창작동화..

동시 2024.01.27

하늘 외 1편/ 김옥애

하늘 외 1편 김옥애/ 아동문학가 바라보면 아득한 하늘 긴 사다리 딛고 올라가면 발 딛을 수 있을까 그 사다리에 또 사다리 이으면 두 팔 벌려 너를 안을 수 있을까? -전문(p. 34) -------------- 꼬마 섬 지구의 기후변화 걱정하는 외톨이 꼬마 섬 나 어쩌나 바닷물에 잠겨 버리면 -전문(p. 35) --------------------- * 『월간문학』 2023-9월(655)호 에서 * 김옥애/ 전남 강진 출생, 1975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 197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 부문 당선, 장편동화집『그래도 넌 보물이야』『봉놋방 손님의 선물』『추성관에서』등, 동시집『내 옆에 있는 말』『일 년에 한번은』『하늘』『숨어 있는 것들』

동시 2023.10.04

아버지/ 유금옥

아버지 유금옥 학교 가는 길에 하느님을 보았다 멀리, 9층 아파트 지붕 꼭대기에서 하늘을 파랗게 칠하고 계셨다 학교 갔다 오는 길에 보니 아직, 가파른 아파트 벽을 칠하고 계셨다 하느님은 흰 구름을 타고 파란 하늘을 둥둥 떠다니며 일하시는 줄 알았는데 밧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페인트칠을 다 마치고는 벌벌벌벌··· 떨면서 땅으로 내려오는 것이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새벽에 일하러 나가신 아버지였다 -전문(p. 136) ------------------- * 계간 『P. S』 2023년-가을(3)호 에서 * 유금옥/ 2004년 『현대시학』으로 시 부문 & 201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 등단, 시집 『줄무늬 바지를 입은 하느님』, 동시집 『전교생이 열 명』

동시 2023.10.01

지퍼/ 곽예

지퍼 곽예 삼촌이 병원에 갔다 오더니 가슴에 지퍼를 달았어요. 의사가 심장을 어루만지고 지퍼를 잠근 게 틀림없어요. 할머니랑 엄마는 울다가 웃고 삼촌도 씨익 웃어요. 날마다 잘 잠겼나 보는 삼촌의 가슴 지퍼. -전문(p. 227) ------------------------- * 『문학과 사람』 2023-가을(11)호 에서 * 곽예/ 2013년『한국시학』 신인상 당선, 시집『북간도』, 동시집『송정리 버스정류장』, 산문집『곽예의 사진일기』『곽예의 독서일기』

동시 2023.09.08

강경호_평론집『서양의 양식과 흔들리는 풍경』/ 할머니 마중 : 박선영

할머니 마중 박선영 할머니 밭에 갔는데 우산도 없이 갔는데 지붕을 뚫을 듯 비가 와요 오빠와 나는 하느만 쳐다봐요 할머니 보고 싶어 우는 내게 토란잎 우산 쓰고 마중 가재요 다리에 흙탕물이 대롱대롱 개울 넘어 첨벙청벙 두 손 꼭 잡고 할머니 마중가요 -전문- ▣ 결핍 극복의 의지와 상상력의 힘/ 동심적 상상력의 발현과 휴머니즘(발췌)_강경호/ 문학평론가 작품의 배경은 시골이다. 할머니가 밭에 일하러 가셨는데 비가 내리자 시적 화자는 오빠와 함께 비 맞고 계실 할머니 생각을 한다. "지붕을 뚫을 듯 비가" 내리자 "오빠와 나는 하늘만 쳐다"본다. 나는 할머니가 보고 싶어 우는데 오빠가 토란잎을 우산으로 삼아 할머니 마중 가자고 한다. 지붕을 뚫을 듯 내리는 비는 여름날 순식간에 쏟아지는 소나기였는가 보다...

동시 2023.08.30

동시) 애호박, 늙은 호박 외 1편/ 강나루

애호박, 늙은 호박 외 1편 강나루 참 우습지 호박더러 사람처럼 '애,' '늙은이'라고 하는 말 그 말도 맞겠다 내 동생처럼 말랑말랑하기 때문에 애호박, 우리 할머니처럼 쭈글쭈글하기 때문에 늙은 호박 그래도 그 말 참 우습지. -전문(p. 60-61) -------------------------- 사라진 동물들이 나타났어요 추운 바람 속에 밍크가 나타났어요 여우가 나타났어요 하얗게 내리는 눈 속에 반달곰이 나타났어요 족제비가 나타났어요 휘황찬란한 백화점에 소가 나타났어요 악어가 나타났어요 코트가 되고 잠바가 되고 지갑과 가방이 된 동물들이 나타났어요 -전문(p. 16) 표4> 강나루의 첫 동시집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작품들이 생태학적 상상력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오늘날 무분별하게 자연을 훼손하고 교환..

동시 2023.07.21

동시) 그리운 호랑이/ 강나루

그리운 호랑이 강나루 할머니께서 들려주시던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우리나라 산에서 살던 호랑이 나뭇꾼이 길을 가다가 호랑이를 만나 잡아먹히려 하자 아이고, 우리 형님 오래 전에 아들 잃고 누운 어머니가 꿈에도 그리웠던 형님, 어서 어머니 눈 빠지게 기다리시는 집으로 가요 어리둥절한 덩치 큰 호랑이 등에 나뭇꾼 태우고 한달음에 집에 가니 아이고 내 아들, 보고 싶었다 어머니가 대성통곡을 하시자 날마다 토끼며 노루를 잡아와 효도했다는 동물원에 갇혀 기가 죽은 멸종 위기의 백두산 호랑이 용맹하지만 곶감을 제일 무서워 했다는 그 호랑이들, 모두 어디로 갔나. -전문- 해설> 한 문장: 「그리운 호랑이」는 동화적 상상력이 바탕이 되어 시상을 전개한 작품이다. 동화는 인간 정신의 진실과 아름다움을 지닌 무한한 우..

동시 2023.07.21

로봇을 기다려 외 1편/ 김개미

로봇을 기다려 외 1편 김개미 언제부터였는지 모르지만 혼자 있을 때 가끔 로봇이 집에 오는 상상을 한다 기계지만 어딘가 나를 닮아서 실수를 하고 기계지만 고장이 나도 작동을 하는 작년에는 아홉 살짜리 재작년에는 여덟 살짜리 올해는 열 살짜리 로봇이 우리 집에 오는 상상을 한다 혼자 있을 때만 그런 생각을 하는 걸 보면 로봇이 아니라 다른 걸 기다리는 것 같기도 하다 -전문(p. 134) ----------------------- 그날의 그림자 그애한테 " "를 들은 날 오후에 그림자가 움직이는 걸 지켜봤어요 내 발등에 있던 재스민 그림자가 무릎으로 올라오더라고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전문(p. 135) ------------- * 계간 『P. S』 2023년-여름(2)호 에서 * 김개미/ 2005..

동시 2023.07.18

발의 잠/ 신새별

발의 잠 신새별/ 아동문학가 서울역 광장에서 잠자는 아저씨의 맨발이 종이상자집에 누워 잔다. 어릴 적 뽀얗던 발이 까맣게 잠들어 있다. 어머니가 두 손으로 씻겨 주었을 발 힘없이 자고만 있다. 곧 서리가 내린다는데···. 아들딸한테 돌아가는 꿈이라도 꾸는지 엄지발가락이 꼼지락 꼼지락, 신발이 종이상자집 앞에서 까만 맨발을 지키고 있다. -전문(p. 33) ----------------------- * 『월간문학』2023 - 5월(651)호 중에서 * 신새별/ 1969년 서울 출생, 1998년『아동문예』 동시 당선, 동시집 『시조문학』으로 등단, 시집 『별꽃 찾기』『발의 잠』, 번역서『동화로 읽는 신화와 전설 그리스 신화』(김소희 시인과 공역)

동시 2023.05.20

이준관_동심의 기적, 일본의 동요시인···(발췌)/ 참새의 어머니 : 가네코 미스즈

참새의 어머니 가네코 미스즈(1903-1930, 27세) 어린애가 참새 새끼를 붙잡았다 그 아이의 어머니 웃고 있었다 참새의 어머니 그걸 보고 있었다 지붕에서 울음소리 참으며 그걸 보고 있었다. -전문- ▶동심의 기적, 일본의 동요시인 '가네코 미스즈'(발췌) _이준관(시인, 아동문학가) 가네코 미스즈의 동요 동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 소개되었다. 그를 알게 된 것은 2009년쯤이었다. 우연히, 정말 우연히 서점 서가 맨 끝에 묻혀 꽂혀 있는 그의 동시선집 『나와 작은 새와 방울과』를 발견했다. 가네코 미스즈는 처음 보는 이름이었다. 책머리에 그를 소개한 글을 읽고 적잖이 놀랐다. 잘못된 결혼으로 인해 일찍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50여 년간 잊혔다가 남동생이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원고를..

동시 2023.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