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177

참새의 꿈/ 이상우

참새의 꿈      이상우    교문 안 대추나무 한 그루에  어린 새 한 마리 엄마 찾나 봐  찍찍찍 찍찍찍  교문 밖 늘어진 전깃줄에  새떼들이 몰려와 야단치나 봐  짹짹짹 짹짹짹       엄마 그게 아니어요  학교에서 공부하고 싶어요  세계 최고의 한글!     우리 새끼 제법인데  새떼들의 응원 박수 소리  짝짝짝 짝짝짝     -전문-   ▶ 해설> 한 문장: 하늘을 나는 새의 소리를 의인화한 느낌 있는 시입니다. 이처럼 따슨 온기가 묻어나는 고운 시를 그려내는 건 우리와 함께하는 작은 생명체에 대한 따슨 말과 고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이 시는 착상이 새롭습니다. 새들이 조잘대는 '찍찍찍' '짹짹짹' 고운 소리가 어린이들의 소망스런 소리로 들려오네요. 대추나무 새 소리에 달려..

동시 2024.07.22

까막별/ 안오일

까막별     안오일    반짝이지 않아도  나는 별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누가 불러주지 않아도   까막 까막 까막  나만의 시간을 수놓는   반짝이지 않아도  나는 빛   -전문(p. 94)    * 까막별: 빛을 내지 읺는 별   ----------------------  * 『시와문화』 2024  여름(70)호 에서  * 안오일/ 2007년《전남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등단, 시집『화려한 반란』, 청소년 시집『그래도 괜찮아』, 동시집『뽈깡』 외 여러 시집과 동화와 청소년소설이 있음

동시 2024.07.16

사과 알기/ 최휘

사과 알기     최휘    사과야  불러도 꿈쩍 하지 않는 사과    맛있는 사과야  또 불러도  꿈쩍 하지 않는 사과   사과는 제 이름도 모르나    뽀득뽀득 씻어  사각사각 껍질을 벗겨  또각또각 네 조각으로 잘라  아삭아삭 입에 넣어 씹으면  새콤달콤 입술 사이로 즙이 흐르는 사과야   이렇게 부르니까  빨갛게 웃는 사과    -전문(p. 92) ---------------------- * 『시와문화』 2024  여름(70)호 에서 * 최휘/ 2012년 『시로여는세상』으로 등단, 시집 『야비해지거나 쓸모없어지거나』『난, 여름』, 동시집『여름 아이』

동시 2024.07.15

본디 임자들/ 김종상

본디 임자들      김종상    악어가 지갑을 가져갔다  토끼가 털모자를 가져갔다  여우가 목도리를 가져갔다  본디는 자기들 것이라 했다   황소가 구두를 벗겨 갔다  밍크가 외투를 벗겨 갔다  양들이 양복을 벗겨 갔다  모두 자기들이 임자라 했다   다 주고 마지막 남은 것은  발가숭이 알몸뚱이뿐이었다  "이것은 내가 먹여 키웠다."  흙이 통째로 가져가 버렸다.     -전문(p. 38)  ----------------------* 『월간문학』 2024-5월(663)호 에서* 김종상> 1935년 경북 안동군 서후면 대두서에서 나고 풍산면 죽전동에서 자람, 『새교실』문예작품 현상공모에 소년소설 「부처손」입상, 196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동시「산 위에서 보면」당선, 동시집『흙손엄마』 『세계의 ..

동시 2024.06.21

생각하는 콩/ 김종상

생각하는 콩      김종상    콩도 생각이 있어  도리깨로 두드리니  아프다며 콩 콩 콩!  사방으로 달아난다   콩도 느낌이 있어  솥에 넣고 볶으니  뜨겁다며 콩 콩 콩!  밖으로 튀어나간다.     -전문(p. 36)   ---------------------- * 『월간문학』 2024-5월(663)호 에서 * 김종상> 1935년 경북 안동군 서후면 대두서에서 나고 풍산면 죽전동에서 자람, 『새교실』문예작품 현상공모에 소년소설 「부처손」입상, 196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동시「산 위에서 보면」당선, 동시집『흙손엄마』 『세계의 아이들』 『꽃들의 가족사진』등 51권, 동화집 『아기사슴』『우주전쟁』『눈 굴리는 자동차』등 50권

동시 2024.06.21

교육 글쓰기가 글쓰기 교육이 되었다/ 김종상(아동문학가)

교육 글쓰기가 글쓰기 교육이 되었다      김종상/ 아동문학가    나는 1955년에 교사가 되었다. 6 · 25가 할퀴고 2년이 채 안 된 때라 초근목피로도 연명이 어렵던 시기였다. 학교에는 맨발에 점심을 못 싸오는 아이들도 많았다. 나는 학교 숙직실 옆에 가마솥을 걸고 미국에서 보내주는 옥수수 가루와 전지분유로 죽을 끓여 굶주린 아이들을 먹이는 일을 했다.  이러니 고학년에도 문맹자가 있었다. 그렇다고 ㄱ, ㄴ, ㄷ···에 ㅏ, ㅑ, ㅓ···를 가르칠 수는 없어, 아이들이 늘 보아온 일을 짧은 글로 써주고 외워서 글자를 익히도록 했다. '감잎이 빨개지면 감도 빨갛게 익는다.' 이렇게 그림을 그리듯이 쓴 글을 외우게 해서 글자를 익힌 뒤에 글을 쓰였더니, 아래와 같이 쓰기도 했다. '파랗던 풋감도 홍..

동시 2024.06.21

눈 온 날 아침/ 문근영

눈 온 날 아침 문근영 하얀 도화지에 발바닥 도장을 찍는다 닭은 새싹 도장 오리는 잎사귀 도장 강아지는 꽃 도장 세상을 포근하게 덮어주는 눈에게 참 잘했다고 제각기 칭찬 도장 꾹꾹 찍는다 -전문(p. 84) ------------- * 『미래시학』 2024-봄(48)호 에서 * 문근영/ 2017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동시집『연못 유치원』『앗! 이럴 수가』『두루마리 화장지』『깔깔깔 말놀이 동시』외 공저 다수

동시 2024.04.21

점자블록/ 옥인정

中 점자블록 옥인정 길마다 아빠에게는 노란색 전용도로가 있다 톡톡, 톡톡 거기에서 아빠는 하얀 지팡이로 땅을 노크한다 톡톡, 톡톡 손가락보다 예민해지는 아빠 발바닥 톡톡, 톡톡 쭉 가라는 줄무늬블록 길가에 시설물이나 돌기둥이 툭 나와 있으면 멈추라는 동그랑무늬 블록 지팡이를 쭉 길게 빼서 책을 짚으며 간다 톡톡, 톡톡 노란색 전용도로 두 번씩 점자를 노크하는 하얀 지팡이 톡톡, 톡톡 -전문(p. 236-237) * 심사위원 : 김동수(시인_심사평) 이구한(문학평론가) 김영진(시인) -------------------- * 반년간 『미당문학』 2024-상반기(17)호 에서 * 옥인정/ 전남 무안 출생, 2021년 ⟪전북문단⟫ 95호 시 부문 & 2023년『미당문학』으로 동시 부문 당선

동시 2024.04.06

사람들의 나무 생활/ 신현서

사람들의 나무 생활 신현서 책장이 가지고 있는 책들도 나무 사람들이 집을 꾸미는 가구도 나무 사람들이 자주 쓰는 종이도 결국엔 나무 사람들은 나무 생활을 즐긴다 하지만 나무는 가족을 잃은 것 같아 눈물을 뚝뚝 사람들은 자신의 생활 때문에 나무를 펑펑 쓴다 -전문(p. 150) ---------------- * 『시마詩魔』 2023-여름(16)호 에서 * 신현서/ 인천 가현초등학교 5학년

동시 2024.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