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나의 근작시

액땜

검지 정숙자 2017. 10. 21. 00:30

 

 

    액땜

 

    정숙자

 

 

  죽은 자는 울지 못한다

  아니다 죽은 자는 울지 않는다*

 

  실제로는 (이 마당에서) 죽은 자는 산 자이기 때문이다. 좀 더 푸른빛

내뿜어야 할 벙어리이기 때문이다. 몇 곱은 더 실다운 삶을 울어야 할

피리이기 때문이다. 어설픈 목을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접목할 수도

분지를 수도 없기 때문이다.

 

  죽은 자의 언어는 석상의 눈물에 불과하지만

  석상의 눈물은 드넓은 깃발 흔드는 팔과

  그 깃대 아래 모인 발들의 쾌변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뛸 수도 없는-죽은 자들

  날 수도 없는-죽은 자들

  길 수도 없는-죽은 자들

 

  전철 바닥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빈 병, 아무래도 저 병은 무진장

신났나보다. 바다 하늘 들판이 꼭 바다 하늘 들판이어야 할 까닭이 뭐냐

마구 구른다. 킬킬킬킬킬 깨진 얼굴 비친다.난생처음 자유다 비웠다 한

다. 덜덜 턱 멎고 구른다.

 

  간신히 태어났고

  겨우 살았고

  가까스로 죽어가는 자들

  그러나 살아있는, 저 빈 병 바라보는 관자놀이들

 

  이튿날 아침이면 창틀에게 신발에게도 타이른다

  더 험한 탈 만났을 수도 있어

  진짜! 더 새카만 털 대낄 수도 있지

  그리고 또 하루 않는다. 울지

    - 전문-

 

   * 블로그주: 원고 발송 시 누락된 1연 복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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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층』2017-가을(75) <다층시단/ 신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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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층』 2023-겨울(100)호 <다층, 지령 100호 특집 -100> 선정 재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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