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이명/ 최정애

검지 정숙자 2010. 12. 20. 02:26

 

   이명


    최정애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던 날

  귓속으로 경고등이 지나가고 있었지

  도넛이 빨갛게 튀겨지고

  턴테이블에서 경음악이 흔들렸지


  귓속으로 구급차가 달릴 때

  엔진 소리가 방충망에

  건조대에

  내 깊은 머리를 통과하는 중이었지


  모래밭에서 시동을 걸었지

  끝이 보이지 않는 해변을 달리고

  자정 넘은 고속도로에서

  스포츠카를 타고 스카치를 마셨지


  원더걸스의 노바디를 불렀지

  새벽을 사이에 두고

  가슴에서 내 첫사랑을 끌어내고

  방을 좌우로 흔들어댔지


  살얼음 낀 달빛을 목에 두르고

  붉은 가슴을 파헤치고 있었지

  그의 어깨에 기대어 쨍그랑,

  유리컵에 떠 있는 나를 깨뜨렸지



  *시집『일식』에서/ 2010.11.12 <도서출판 고요아침> 펴냄

  *최정애/ 강원도 강릉 출생

           1998년『수필과 비평』으로 수필-등단

           2001년『시현실』로 시-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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