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시

한성례_세계의 여성 시인들...(발췌)/ 입을 열 생각이 없다 : 나디아 안주만(Nadia Anjuman)

검지 정숙자 2021. 11. 6. 20:45

 

    입을 열 생각이 없다

 

    나디아 안주만(Nadia Anjuman, 1980-2005, 25세) 

 

 

  입을 열 생각이 없다

  무엇을 노래한단 말인가?

  삶이 미워하는 나

  노래를 부르든 말든 무슨 차이가 있을까?

  내가 고통스러울 때

  왜 상냥함을 노래해야 한단 말인가?

  아아! 압제자의 주먹에

  내 입이 부숴진다

  내 인생의 동반자는 아무도 없다

      그러니 내가 누구에게 상냥할 수 있을까?

  말하는 것과 웃는 것

  죽는 것과 사는 것

  무슨 차이가 있을까

  아픔과 비통으로 인해

  나의 부자연스러운 고독

  나는 헛되이 태어났다

  내 입은 봉해져야 한다

  아! 나의 마음이여! 너는 지금

  기념해야 할 봄이라는 것을 알지 않은가

  더 이상 날지 못하게

  붙잡힌 날개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오랫동안 침묵하였지만

  한순간도 멜로디를 잊은 적이 없다

  내가 마음속으로 

  노래를 부를 때마다

  새장을 부수고

  이 외로움으로부터 날아올라

  우울에 빠진 사람처럼 노래할

  그날을 떠올린다

  나는 가벼운 바람에도 흔들리는

  약한 포플러 나무가 아니다

  나는 통곡하는 것만이 언어가 되는

  아프가니스탄 여성이다.

      -전문- 

 

   세계의 여성 시인들, 고통과 열망_(발췌)_ 한성례/ 시인

  세계가 하나인 지금도 지구상에는 끔찍한 삶을 영위하며, 고통 속에 시를 쓰는 여성 시인들이 있다. 심지어 여성이 시를 쓴다는 이유만으로 맞아 죽기도 한다. 아프가니스탄의 나디아 안주만(Nadia Anjuman)은 여자가 공개적으로 사랑을 노래하는 시를 쓰고 시집을 냈다 하여 격분한 남편과 남편의 가족들에게 맞아 죽었다. 나디아 안주만은 "나는 우울과 슬픔에 잠긴 채 새장에 갇혀 있다./ 내 날개는 접혀 날 수 없다. 나는 고통 속에 울부짖는 아프간 여성이다// 새장을 부수는 날. 이 외로움에서 날아올라, 우울하게 노래할 것이다."라고 절규했다. 그러나 지금 다시 아프간은 그 탈레반 치하에 들어갔고, 여성들은 더욱 끔찍한 억압에 시달리고 있다. (p. 시 161-162/ 론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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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층  2021-여름(91)호 <해외시단산책_ 여성 시인들의 고통과 열망>에서  

  * 나디아 안주만(Nadia Anjuman)/ 1980년 아프가니스탄 헤라트 출생. 시인이자 여성의 권리를 옹호한 저널리스트. 탈레반 정권하에서 위험과 위협을 무릅쓰고 독서 모임을 만들어 지하에 숨어 시를 공부했고, 헤라트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했다. 2005년 25세에 첫 시집『어두운 꽃』을 출간한 후, 남편과 남편의 가족들은 여성이 공개적으로 사랑을 노래하는 시를 쓰고 시집을 냈다는 데 격분하여 때려 숨지게 했다. 2005년 사망. 

  * 한성례/ 1986년『시와 의식』으로 등단, 시집『실험실의 미인』『웃는 꽃』, 일본어 시집『감색치마폭의 하늘은』『빛의 드라마』, 인문서『일본의 고대 국가 형성과 만요수』등. '허난설헌문학상', 일본 '시토소조 문학상' 수상, 소설 『달에 울다』 『구멍』 『오래된 우물』, 에세이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인문서 『시오노 나나미의 리더 이야기』 를 비롯하여 시, 소설, 동화, 에세이, 인문서, 시 앤솔로지 등 200여 권 번역 소개, 김영랑, 정호승, 김기택, 안도현 등 한국시인의 시를 일본본어로,  혼다 히사시, 고이케 마사요, 이토 히로미 등 일본 시인의 시를 한국어로 번역 출간하는 등 한일 간 출파ㅏㄴ문화교류의 가교 역할, 현재 세종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

  여기에 소개된 모든 시는 영어에서 한국어로 박재형 옮김(한성례)

 

  # 블로그주: <나디아 안주만(위의 시 외 2편), 루이즈 글릭(시 3편), 마리엘라 코르데로(시 3편), 스미타 세갈(시 3편)>과 상세한 각주 등, 시간 관계상 여기에 다 옮길 수 없으므로 책에서 일독 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