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시집 · 그리워서

풀어도 풀어도 슬픔의 실은/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3. 2. 23. 23:22

 

 

    풀어도 풀어도 슬픔의 실은

 

     정숙자

 

 

  풀어도 풀어도 슬픔의 실은

  바위ㅅ골 안개처럼 감기웁니다

 

  들킬세라 지운 눈물들

  뉘도 모르게 폭포에 들고

 

  바람에 섞어

  보낸 한숨은

  먼바다 파도에 휩쓸립니다

 

  한 영혼이 고독으로 짜야 할 베는

  그 길이가 몇 필이나 되오리이까

 

  뜬구름 모두어

  목화 삼으면

  반 몫 실이나마 자으오리까

 

  빈 뜰에 홀로 밤이 깊으면

  익히 보던 별들도 새로히 섧고

 

  언제인지 모르게 맺힌 이슬꽃

  젖은 달이 임만 같아 볼에 댑니다.

 

    -------------

 * 시집 『그리워서』에서/ 1988. 12. 20.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