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시집 · 그리워서

기다림만이 길이옵기에/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3. 2. 23. 23:17

 

 

     기다림만이 길이옵기에

 

      정숙자

 

 

  기다림만이 길이옵기에

  난(蘭)처럼 일어서다 숙이옵니다

 

  감고서야 더 잘 뵈는

  임의 모습

  때로는 메꽃 모양 언덕에 피고

 

  때로는 심산

  두루미되어

  신선(神仙)처럼 수려한 자태

 

  날마다 걷는 시오리 길

  첩첩 고비 놓였사오나

 

  아침 이슬에 발목을 씻고

  저녁 강물에 얼굴 씻으며

 

  주문인 듯 외우는 시편(詩篇)

  임이여 임이여 도우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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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그리워서』에서/ 1988. 12. 20.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