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시

우리는 일곱이에요/ 워즈워스

검지 정숙자 2022. 5. 20. 02:53

 

    우리는 일곱이에요

 

    워즈워스(영국 1770-1850, 80세)

 

 

  가벼운 숨결, 

  온 몸에 느껴지는 생명력,

  그 순진한 어린이,

  그 애가 죽음에 대해 무얼 알겠는가?

 

  나는 오두막집 꼬마 아가씨를 만났다네,

  그 아가씨 난 여덟 살이라고 말했네,

  곱슬곱슬한 머리카락

  그 아가씨 머리 수북이 덮고 있었네.

 

  그 아이, 시골 숲 속의 분위기 느껴졌고,

  옷매무샌 거칠었다네,

  아름다운 눈, 정말 아름다워

     그  아름다움에 내가 기뻤다네.

 

  "꼬마 아가씨, 너의 형제자매들

  모두 몇이나 되지?"

  "몇이냐고요? 모두 일곱이지요," 그 아이 대답했네,

  그리곤 이상하다는 듯 날 쳐다봤다네.

 

  "그럼 그 애들은 어디 있니, 말해 주겠니?"

  그 아가씨 대답하기를 "우린 일곱이에요,

  둘은 콘웨이에서 살구요,

  둘은 바다에 나갔죠."

  "둘은 콘웨이에 살고 있고,

  둘은 바다에 나갔다는데,

  그래도 너희가 일곱이라니, 대답해 주겠니,

  귀여운 아가씨, 어떻게 그렇지?"

 

  그러자 꼬마 아가씨 대답하기를

  "우린 남자애, 여자애 모두 일곱이에요,

  둘은 공동묘지에 누워 있어요,

  교회묘지 나무 밑에요."

 

  "꼬마 아가씨, 놀기에 바쁘구나,

  온몸에 기운 넘치고

  너희 둘이 교회묘지에 묻혔다면,

  그럼 너흰 다섯뿐이잖니."

 

  "걔들 무덤은 푸르러요, 여기서도 볼 수 있죠."

  그 꼬마 아가씨 대답했네,

  "울 엄마 집 문간에서 열두 걸음쯤 될까요,

  게다가 걔들은 나란히 누워 있지요.

 

  거기 가면 전 양말도 짜고요,

  손수건 감침질도 하지요

  또 무덤가 땅에 앉아서   

  앉아서 노래도 불러 주지요.

  아저씨, 또 해가 지고 난 후,

  그래도 밝고 날씨 좋을 때면,

  내 작은 접시 들고 나가

  거기서 저녁 먹기도 한답니다.

  먼저 죽은 애는 꼬마 제인이었어요,

  그 앤 신음하며 침대에 누워 있었죠,

  하느님이 걔 고통을 덜어 주시고야

  떠날 수 있었던 거죠.

 

  그래서 그 애는 교회묘지에 누웠어요,

  비가 없던 여름 내내,

  우린 함께 그 애 무덤 주위에서 놀았어요,

  동생 존과 제가 말이에요.

 

  땅이 눈에 덮여 하얗게 되어

  미끄럼 타며 놀 수 있었을 때,

  내 동생 존도 떠나야 했어요,

  그 애도 누이 옆에 누워 있죠."

 

  그럼 너흰 몇이지." 내 물었네.

  "둘이 하늘에 있다면 말이다."

  그 꼬마 아가씨 대답했다네,

  "아! 아저씨, 우린 일곱이에요."

 

  "그렇지만 그 애들은 죽었잖니, 걔들은 죽었어!

  걔들의 영혼은 하늘에 있어!"

  그러나 쓸데없는 말일 뿐이었네, 그 꼬마

  아가씨 고집 피우며 말하길

  "아니에요, 우린 일곱이에요!"

     -전문, (p. 125-128) 

 

    ---------------------

   * 『시사사』 2021-겨울(108)호. <다시 읽어보는 세계의 명시집/ 워즈워스『서정담시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