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에게 전해 듣는 말 외 1편 이규자 수레바퀴처럼 늘어선 국화 다발 속 조문객이 꽃길을 내고 있다 태극기 휘장 고이 덮고 아버지는 96세 일기로 영면하셨다 장기 전투 승리로 이끈 역전의 장수將帥처럼 한 세기 전투 마치고 이제, 영영 돌아오지 못할 강 건너셨다 엄마는 혼잣말로 사람 팔자는 관뚜껑 열어봐야 알 수 있다 했다 이승에서 자식들과 마지막 인사 나누고 관 모서리 이해되는 어머니의 말 "칠 남매 자식 앞세우지 않고 배웅해 주는 아내도 있으니 젊은 날 목숨 바쳐 나라에 충성했고 자식들 모자람 없이 키웠으니 이만하면 됐소, 암 됐고말고" 젊은 날, 자랑 같아 전봇대에 대고 귀엣말로 속삭였다는 엄마 금실 좋았던 남편 별 탈 없는 자식 자랑 들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