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그림자 외 1편 이성혜 몇 달째 둘이 듣던 강좌를 혼자 듣는 날, 허전한 여유로움이 역사박물관 뒤뜰을 거닐게 한다 새문안 길, 건물 한 겹의 뒤란엔 잔디와 작은 가지식물과 꽃나무들이 내뿜는 녹색 호흡이 조밀하다 흐름 밖의 흐름을 느리게 마시며 걷는데 작은 소란이 인다 새다, 박새 한 마리가 제 다리만큼 가는 가지에 얹혀 크고 작은 포물선을 만들며 무게중심을 찾아가고 있다 뿌리까지 뒤흔드는 소요를 견뎌주는 가지 잠시 후 서로의 접점을 찾은 새와 가지가 고요하다 다시 발걸음을 떼다 숨이 멎는다 언제부터인지 피사체를 주시한 채 카메라가 되어버린 그의 렌즈 안으로 고요가 흘러들어간다 그와 카메라와 새와 가지가 통합되었다, 시간의 한 공간에서! 셔터 소리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