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 대의 가로수 길 외 1편 한명희 담요처럼 쓸쓸함을 덮어쓰고 땡볕의 가로수 길을 걸었다 땡볕도 가로수 잎도 사그라들 기미가 없었다 사실은 손발이 시린 것이었다 외로운 것이 아니었다 사실은 몸이 안 좋은 것이었다 외로운 것이 아니었다 사실은 돈이 없는 것이었다 외로운 것이 아니었다 사실은 앞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외로운 것이 아니었다 땡볕의 가로수 길에서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사실에서 멀어질수록 외로움이 가까워졌다 외로움은 기체여서 속속들이 스몄다 외로움은 액체여서 계속 번져나갔다 사실은 외로운 것이 아니라 걸을 힘이 없는 것이라고 해도 사실은 외로운 것이 아니라 흔들리는 것이라 해도 그것만이 사실이라고 해도 마치 처음인 것처럼 영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