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노트 206

클리셰의 파괴와 파괴의 양식화/ 오민석

클리셰의 파괴와 파괴의 양식화 오민석 러시아 형식주의(Russian Formalism)는 각각 1915, 1916년에 창립된 '모스크바 언어학회(Moscow Linguistic)'와 '시적 연구회(OPOJaz)'를 중심으로 시작되어 1920년대 후반까지 러시아에서 유행한 문학이론이다. 주요 멤버들은 쉬클로프스키(V. Shklovsky), 야콥슨(R. Jakobson), 타니야노프(Y. Tynyanov), 아이헨바움(B. Eichenbaum), 토마셰프스키(B. Tomashevsky) 등이다. 이들의 화두는 문학과 비非문학을 구별시켜주는 문학 고유의 자질, 즉 문학성(literariness)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였다. 그들이 볼 때 문학을 문학이게끔 하는 것은 문학 작품의 내용이 아니라 형식이다. 그들은..

한 줄 노트 2020.06.04

본래면목 찾아가는로드로망의 여정...(발췌)/ 유응오

본래면목(本來面目) 찾아가는 로드로망의 여정(발췌) 유응오 / 본지 주간, 소설가 대승불교에서는 '일체중생切衆生 실유불성悉有佛性' 즉, 모든 중생은 다 부처가 될 자질이 있다고 본다. 김동리는 원혜 대사가 만적의 소신공양 이야기 끝에 화자에게 식지를 들라고 하는 장면을 통해서 누구나 불성의 씨앗을 지니고 있음을 일깨워주고 있다./ 김동리는 1960년부터 그 이듬해까지 다솔사 안심료에 머물면서 「등신불」을 집필했다. 김동리는 효당 스님이 광명학원이라는 야학을 세우자 야학교사로 부임하여 다솔사와 인연을 맺었다. 이때 대양루가 수업장소였다고 한다. 중국의 한 살인자가 속죄를 위해 분신 공양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게 「등신불」의 창작 배경이 된 것이다./ 산업화 시기인 1970~1980년대에는 한국문학의 층위..

한 줄 노트 2020.06.01

속도를 줄이면 시(詩)가 보입니다(발췌)/ 김재수

속도를 줄이면 시詩가 보입니다 김재수 돌이켜보면 지난 반세기를 정말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그 결과 한국전쟁이란 참혹한 시련을 겪었음에도 한강의 기적을 이룸은 물론 우리의 위상이 OECD라는 국제적 기구에 가입과 세계 경제 속에서 크게 한몫을 담당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정치적으로도 서양에서 이룩한 자유 민주화 과정을 지극히 짧은 시간에 이룩하였을 뿐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오늘날 세계를 놀라게 하는 대단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속도는 많은 문제를 야기했습니다. 경제 지상주의는 이웃 간의 인정을 잃어버리게 했고, 스스로를 되돌아보지 않고 달려오기만 한 삶은 마침내 도덕적 해이와 사회적 불신으로 공동체 의식을 약화하고 극단적인 이기주의를 생산하기도 했습니다. 사자성어四子成語에 주마..

한 줄 노트 2020.05.24

텍스트 자체를 보라/ 오민석

텍스트 자체를 보라 오민석 신비평(New Cricism)은 1920~30년대 영국을 중심으로 시작되어 1930~40(50)년대 영국과 미국에서 전성기를 구가한 문학 이론이다. 신비평의 화두는 '비평의 객관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이었고, 그 대답은 "텍스트 자체(text itself)"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그들이 볼 때 텍스트에 대한 모든 해석의 객관적인 증거는 오로지 "텍스트 위에 써진 단어들(words on the pages)"이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텍스트의 배후에 존재하는 작가의 의도나 텍스트가 독자에게 끼치는 영향을 잣대로 텍스트를 해석하려는 시도들을 '오류'로 간주했다. 그들에게 텍스트는 그 자체 자족적이고 독립적이며 완결된 유기체, 즉 "잘 만들어진 항아리(well-wrought um)"..

한 줄 노트 2020.05.12

자살을 바라보는 불교의 관점(발췌)/ 문헌공

자살을 바라보는 불교의 관점 문헌공/ 동국대학교 전자물전문화콘텐츠연구소 연구원 어느 날 붓다는 웨살리 숲에서 부정(不淨, asubha)에 대한 수행을 강조하며 그 방법을 설명한 뒤, 한동안 홀로 수행할 것이니 탁발 음식을 가져다 주는 사람을 제외하고 자신을 찾지 말라고 하셨다. 보름 뒤 붓다가 수행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많은 비구들이 보이지 않았다. 붓다는 아난다를 불러, "아난다여, 왜 비구 승가가 줄어들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아난다는 세존꼐서 부정에 관한 말씀을 하시고 수행에 들어가신 뒤 부정관 수행을 닦은 비구들이 하루에 10명, 다음날 20명, 그다음 날에는 30명이 칼로 자결했다고 말했다. 물론 경에서 말한 수는 정확하지 않을 수 있지만, 경에 따르면 3일간 무려 60명이 자살한 것이다.(..

한 줄 노트 2020.05.02

유교는 왜 중용을 강조하는가(발췌)/ 최일범(성균관대 철학과 교수)

유교는 왜 중용을 강조하는가 최일범/ 성균관대학교 철학과 교수 돌이켜 보면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대립, 모순이다, 우주는 음양陰凉의 대립으로 운행하고, 인간은 남녀의 대립으로 생화生化한다. 주역의 원리는 상반상성相反相成, 서로 대립하므로 서로 이룬다는 뜻이다. 그렇게 보면 문제는 인간의 눈에 있다. 붓다는 생사의 대립과 고통 속에서 열반의 깨달음을 얻었다. 의상의 는 "생사와 열반이 어울리고 있다."고 노래하지 않은가? 공자의 인仁도'너와 나'의 대립을 소통하는 원리다. 북송의 유학자 정명도程明道는 의학에서 마비를 불인不仁이라고 하는 데 착안해서 인仁을 혈맥 유통의 원리, 천인합일의 원리로 해석했다. 그가 장자莊子의 "독여천지정신상왕래獨與天地精神相往來"를 좋아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장자의 정신..

한 줄 노트 2020.04.24

왜 중도 철학을 말해야 하는가(발췌)/ 신상환

왜 중도 철학을 말해야 하는가 (발췌) 신상환/ 중관학당 대표 학부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한 필자는 교양 필수로 환경생태학을 배운 적이 있었다. 인간이라는 종은 어머니 지구인 대지의 여신 '가이아(Gaia)'에 기생하는 충이라는 첫 시간의 충격이 아련하게 남아 있는데, 아직껏 이 '숙주와 기생충'이라는, 즉 'Host and Parasite' 만큼 자연과 인간에 대한 관계를 잘 설명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공기와 물 등 자연이 주었던 무수한 '공짜'들은 무한한 것이 아니라 사실 제한된 것이었으며, 그 한계는 점점 다가오고 있다. 그 결과인 '지금 아파하는 어머니 지구'라는 더는 미룰 수 없는 조건의 변화는 곧 우리 의식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p.22-23) ------------- * 『불교평론』202..

한 줄 노트 2020.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