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셰의 파괴와 파괴의 양식화
오민석
러시아 형식주의(Russian Formalism)는 각각 1915, 1916년에 창립된 '모스크바 언어학회(Moscow Linguistic)'와 '시적 연구회(OPOJaz)'를 중심으로 시작되어 1920년대 후반까지 러시아에서 유행한 문학이론이다. 주요 멤버들은 쉬클로프스키(V. Shklovsky), 야콥슨(R. Jakobson), 타니야노프(Y. Tynyanov), 아이헨바움(B. Eichenbaum), 토마셰프스키(B. Tomashevsky) 등이다. 이들의 화두는 문학과 비非문학을 구별시켜주는 문학 고유의 자질, 즉 문학성(literariness)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였다. 그들이 볼 때 문학을 문학이게끔 하는 것은 문학 작품의 내용이 아니라 형식이다. 그들은 내용을 담는 '껍데기'로서의 전통적인 형식 개념을 거부하였으며, 예술의 형식을 "그 자체 완결되고 구체적이며, 역동적이고 자족적인 것, 그리고 다른 어떤 상관물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아이헨바움)으로 정의했다. 그들은 또한 문학 언어의 특수성을 설명하기 위하여 일상 언어와 시적 언어를 구분하였으며, 일상 언어의 기능이 소통에 있다면 시적 언어의 기능은 대상을 "낯설게 하기(defamilianzation)"에 있다고 보았다. 시적 언어는 이런 점에서 모든 형태의 자동화, 습관화된 지각(perception)과 싸우는 언어이며 "일상 언어에 가해진 통제된 폭력"(야콥슨)이다. 어얼리치(V. Erlich)에 의하면,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의 의도는 "문학 연구를 심리학, 사회학, 지성사 등 인접 학문으로부터 떼어내어, 문학의 변별적 자질, 혹은 상상적 글(문학, imaginative writing)의 고유한 장치들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은 이렇게 연구 대상의 범위를 문학의 형식, 장치, 기법으로 한정하고 이 대상에 대한 '과학적 연구', 즉 다른 분과 학문으로부터 독립된 "문과 과학(literary science)"의 수립을 그들의 목표로 삼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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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동네』 2020-6월호 <비평의 실제/ 2. 러시아 형식주의로 시 읽기>에서
* 오민석/ 충남 공주 출생, 시인, 평론가, 1990년 『한길문학』신인상으로 등단, 1993년《동아일보》신춘문예 문학평론 당선, 시집『굿모닝 에브리원』『기차는 오늘 밤 멈추어 있는 것이 아니다』등, 문학이론서『현대문학이론의 길잡이』『정치적 비평의 미래를 위하여』, 문학연구서『저항의 방식: 캐나다 현대 원주민 문학의 지평』, 송해 평전『나는 딴따라다』『밥 딜런, 그의 나라에는 누가 사는가』, 시 해설집『아침 시: 나를 깨우는 매일 오 분』, 에세이집『개기는 인생도 괜찮다』, 번역서 바스코 포파 시집『절름발이 늑대에게 경의를』등, 現 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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