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 자체를 보라
오민석
신비평(New Cricism)은 1920~30년대 영국을 중심으로 시작되어 1930~40(50)년대 영국과 미국에서 전성기를 구가한 문학 이론이다. 신비평의 화두는 '비평의 객관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이었고, 그 대답은 "텍스트 자체(text itself)"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그들이 볼 때 텍스트에 대한 모든 해석의 객관적인 증거는 오로지 "텍스트 위에 써진 단어들(words on the pages)"이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텍스트의 배후에 존재하는 작가의 의도나 텍스트가 독자에게 끼치는 영향을 잣대로 텍스트를 해석하려는 시도들을 '오류'로 간주했다. 그들에게 텍스트는 그 자체 자족적이고 독립적이며 완결된 유기체, 즉 "잘 만들어진 항아리(well-wrought um)"였으며, 그런 텍스트를 읽는 그들의 독서전략은 "꼼꼼히 읽기(close reading)"였다. 신비평은 시적 언어의 특수성을 패러독스(paradox), 모호성(ambiguity), 아이러니(irony), 긴장(tension) 등 주로 시의 형식과 관련된 용어를 사용해 설명했고, 텍스트가 '무엇을 의미하는가(what)' 보다는 '어떻게 의미하는가(how)'에 더 큰 관심을 가졌다는 점에서 일종의 형식주의이다. 신비평에 의하면 "시는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는 그 존재 자체(〓시)로 읽어야 하며, 『신비평The Criticism』(1941)의 저자인 랜섬(J. C. Ransom)은 이를 가리켜 "존재론적 비평"이라 불렀다.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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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동네』 2020-5월호 <비평의 실제/ 1. 신비평으로 시 읽기>에서
* 오민석/ 충남 공주 출생, 시인, 평론가, 1990년 『한길문학』신인상으로 등단, 1993년《동아일보》신춘문예 문학평론 당선, 시집『굿모닝 에브리원』『기차는 오늘 밤 멈추어 있는 것이 아니다』등, 문학이론서『현대문학이론의 길잡이』『정치적 비평의 미래를 위하여』, 문학연구서『저항의 방식: 캐나다 현대 원주민 문학의 지평』, 송해 평전『나는 딴따라다』『밥 딜런, 그의 나라에는 누가 사는가』, 시 해설집『아침 시: 나를 깨우는 매일 오 분』, 에세이집『개기는 인생도 괜찮다』, 번역서 바스코 포파 시집『절름발이 늑대에게 경의를』등, 現 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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