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노트 206

일상의 만남, 만남의 일상(발췌)/ 박해림

中 일상의 만남, 만남의 일상(발췌) 박해림 수십 년 전 미국의 어떤 남자가 '나, 외로워요.'라고 전 세계에 타전한 일이 있었다. 놀랍게도 각국의 수많은 사람이 바로 반응하며 엄청난 답장을 보내왔다. '나도 외로워요.' 라고. 타전한 사람은 혼자가 아니었으며, 답장을 한 사람들 대부분도 혼자가 아니었다. 인간은 혼자가 되면 급속도로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연구가 있다. 인간의 사회적 관계의 중요성과 인간은 뼛속까지 사회적이며 혼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인간의 행복은 인간과의 만남이 있을 때만 이루어진다. 인간의 참 행복은 결코 물질이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평상시의 우리의 행복지수가 그리 높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다. 가족의 여행은 물론 좋아하는..

한 줄 노트 2022.02.27

바람이 머무는 별자리(발췌)/ 구본호(동대문 문화재단 대표이사)

바람이 머무는 별자리(발췌) 구본호/ 동대문 문화재단 대표이사 하늘의 별자리에는 만물의 생장소멸을 주관한다는 북극성이 있다. 북극성은 구천상제九天上帝라고도 한다. 하늘에 떠 있는 수많은 별은 바로 임금별인 북극성 즉, 구천상제를 겹겹이 호위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하늘의 궁궐을 구천궁궐이라고도 했다. 지상의 궁궐을 구중궁궐이라고 하는 것도 바로 여기서 유래된 것이다. 그리고 없는 것이 없는 천시원天市垣이 있다. 천시원은 하늘나라의 시장이다. 천시원 안에 별들이 무리 지어 빛이 나면 풍년, 별이 드물어 보이면 흉년이 된다. 또 갑자기 어두워지면 쌀이나 곡식 등이 귀하게 된다고 한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별들에 인간세상의 흥망성쇠를 주관하는 하늘의 뜻이 나타난다고 믿었다는 이야기다. 작가*의 사천왕, 수미산..

한 줄 노트 2022.01.02

'아날로지' or '감응'/ 이찬

아날로지는 인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개념이다 이찬/ 문학평론가 아날로지는 인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개념이다. 그것은 자연과 인간과 신이 마치 하나인 듯 겹쳐 떨리는 교향악의 하모니를 분신처럼 거느린다. 또한 '만물조응(Correspondences)', '상형문자로 뒤덮인 우주적 비문秘文' 같은 말들을 품고 있을뿐더러, 점성술이나 풍수지리설 또는 점괘나 부적 같은 것들로 표상되는 샤머니즘의 주술성과 신비주의 현상들을 빠짐없이 쓸어안는다. 시적 언어의 기저 원리를 이루는 비유나 상징 역시 그것을 제 모태 안에 휘감는다. 그리하여 그것은 우주 삼라만상의 그 모든 존재자를 영원히 주파할 수 있는 엄청난 팽창의 위력을 지닐 뿐만 아니라 자신의 닮은꼴들로 끊임없이 뻗어 나가는 원심적 확산의 벡터를 필연성의 행로로 ..

한 줄 노트 2021.12.11

문학과 비평적 단상(발췌)/ 이천도

문학과 비평적 단상(발췌) 이천도 2. 문학과 철학 문학과 철학의 관계는 간단히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다. 문학이 주어(중심)이고 철학이 서술어(종속)인가, 철학이 주어이고 문학이 서술어인가. 즉 문학과 철학 중에 무엇이 더 선행 혹은 사위의 개념인가. 필시 철학자는 철학자대로 문학가는 문학가대로 저마다의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고 부각하면서 그 나름의 본질적 속성과 순도의 우위를 주장할 터이다. 철학자 가운데 칸트(Immanuel Kant)는 다소 문학에 대한 철학의 우위를 논변하는 반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는 외려 '시어(詩語)'에 대한 고백을 통해 철학의 한계와 더불어 문학의 어떤 상징적 초월성을 상정하고 있다. 또한 여러 철학자들이 저마다의 이론을 검증하는 용도로 문학 혹은 문학..

한 줄 노트 2021.12.04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한 제언(일부)/ 김성곤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한 제언(일부) 김성곤/ 서울대 명예교수 · 미국 다트머스대 객원교수 · 전 한국문학번역원 원장 1. 한국문학과 세계문학 한때, 사람들이 각기 다른 나라의 고유한 문화에 관심을 가졌던 시절이 있었다. 예컨대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Cross-cultural Studies'는 상대방의 문화에 대한 앎을 통한 상호이해와 문화적 교류를 중시했다. 그래서 그때는 "한국적인 것이 곧 세계적인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마도 나이 든 세대는 지금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인해 국가의 경계가 무너지고,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모든 정보가 순식간에 전 지구로 확산되며, 무역과 다국적 기업을 통해 전 세..

한 줄 노트 2021.11.24

주요한「불놀이」/ 유가족들이「문학의 집·서울 」에 저작권 영구 양도하다

유가족들이 「문학의 집 · 서울」에 저작권 영구 양도하다 특별히 이날(2021 서울문학인대회/ 제16회 심포지엄과 기념식 개최) 기념식에서는 시인 저작권 양도 행사가 열려 더욱더 뜻깊고 기쁜 날이 되었다. 주요한 시인의 3남 주동설 전 하나선박(주) 회장이 유족대표로 참석해 저작재산권 일체를 「문학의 집 · 서울」에 영구히 양도하는 기증서약서에 서명했으며, 김후란 이사장은 유족의 고결한 뜻을 받들어 소중히 사용하겠다는 마음을 담은 를 전달했다. (p. 4-5) * 블로그주: 와 사진을 『문학의 집 · 서울』 2021-11월(241)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 ----------------------- * 『문학의 집 · 서울』 2021-11월(241)호/ 에서

한 줄 노트 2021.11.23

스며들다/ 김송포

스며들다 김송포/ 시인 언제부터인지 당신은 나에게 스며들었다. 가까이 있다 보면 조금씩 스며들기 시작한다. 간장이 꽃게에 스며드는 것처럼 김치의 맛이 혀에 배여 그 맛을 생각나게 했다. 단어와 단어가 몸 안에서 은근히 배인 언어로 스며들고 있다. 친구의 말과 행동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스며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스며든다는 것은 기분 좋은 말이다. 너와 내가 닮아간다는 것이다.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엄마의 말과 행동을 따라하게 되듯 우리의 습관이나 버릇이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저절로 배어든다는 것은 삶의 수레바퀴에서 거스를 수 없는 순리라고 느끼게 되었다. 한겨울 추위가 온몸을 으슬으슬하게 떨게 할 즈음 피부에 두드러기 같은 꽃이 피었다. 몸에 핀 발진은 추위에 견디지 못하고 스며든 독소의 증상이었다..

한 줄 노트 2021.11.10

닮음과 차이, 은폐, 그리고 표절사(발췌)/ 전형철

中 닮음과 차이, 은폐, 그리고 표절사(발췌) 전형철/ 시인, 연성대 교수 닮음~차이의 두 가늠자를 쥐고 가치와 선線을 나누게 된 것은 낭만주의에 와서이다. 낭만주의 창작관의 핵심 인자인 독창성에 대한 당대 작가들의 새로운 인식이 소위 근대적 의미의 저작에 대한 관점을 만들게 된다. 전 시대 작가들의 유산과 자신의 작품의 차이, 독창적인 사유와 창작의 결과물인 저작은 보호되어야 하며, 그로 인해 작가들은 작품의 독창성을 작품성의 일환으로 유의미하게 여기기 시작하게 된 것이다. 영국에서 근대적 의미의 저작권법이 1710년 앤 여왕에 의해 제정된 것과 괘를 같이 하며 근대적 의미의 저작권과 글쓰기의 독창성은 문학의 핵심개념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비로소 지금의 표절이라는 개념이 성립된 것이다. 같음이나 닮음..

한 줄 노트 2021.11.07

시 루시다(Poetry Lucida)_문학성과 대중성의 양립에 관하여(발췌)/ 신수진

시 루시다(Poetry Lucida)(발췌) - 문학성과 대중성의 양립에 관하여 신수진 2. 도상(icon)에서 싱징(symbol)으로 움직여간 시 본고는 시와 독자의 관계가 유리된 원인을 시 자체의 본질적 요인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우리는 시가 가진 지표성의 상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체코 출신의 철학자 빌렘 플루서에 따르면 현실과 가상의 차이는 해상도의 차이다. 따라서 가상은 현실에 대한 지표성을 띠고 있어야 한다. 시 역시 이미지로서 가상이다. 플라톤이 그 가상에 이데아가 없음을 이유로 시인 추방론을 내세운 것도, 아리스토텔레스가 현실의 모방에 이데아가 있음을 이유로 시적 가치를 인정한 것도, 시가 현실의 이미지임을 전제로 한 것이다. 독자가 시에 빠지는 이유는 작품에 내포된 현실이 독자의 삶으로..

한 줄 노트 2021.10.27

크로스오버의 비평을 위하여(발췌)/ 이찬

크로스오버의 비평을 위하여(발췌) -동 · 서 사유의 융합을 위한 한 비평가의 고백 이찬/ 문학평론가 크로스오버 작업에서 우리가 같이 고민하고 함께 풀어가야 할 문제는 무수한 문학 · 예술 장르들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크로스오버의 장르 파괴와 형식실험으로 국한되진 않을 것이다. 오히려 문학과 예술을 포함한 기성의 사회와 질서에 내재하는 숱한 허위와 억압과 모순들이며, 이를 넘어서려는 자리에서 움트는 비틀어진 형식의 의미이자 새로운 장르의 창안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벤야민이 내세운 상징과 알레고리의 가치 전복적 위계 설정이나, 벤야민과 아도르노가 함께 추구했던 '철학의 한 형식으로서의 에세이'가 결국 기성 사회의 권력 구조이자 동일성의 원리가 배제하고 은폐하고 망각해버린 '비동일자의 구제'를 목적으로..

한 줄 노트 2021.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