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사의 달하
정숙자
송아지의 여물통에 드러누워
귀를 뜯겨도
금빛 노래 남아도는
정읍사의 달하
눈을 뜬 채
하늘로 갈 밖에 없었다는
아낙의 이야기가
짓무르도록
남아도는
정읍사의 달하
언젠가 웃음 짓던 사람
다 못하고 떠난 얘기도
볏단처럼 묶어내는 강물을 건너
슬플 때나, 마른 밤이나
내 이맛전 잔밥 먹이며
금빛 노래 남아도는
정읍사의 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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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정읍사의 달밤처럼』에서/ 1998. 3. 3. <한국문연>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부용(김제군)에서 태어남,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