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다 이채민 한 생을 시작하는 파도가 차디찬 주검의 시를 업고 온다 한때는 지상의 아름다운 언어의 깃발로 나부끼던 유일한 노래 유일한 혁명 유일한 사랑 은하의 빛나는 꼬리를 잡고 날아오르던 그것들이 막다른 골목에서도 풀썩 뛰어오르던 그것들이 어느 봄날 들것에 실려 나가는 눈먼 바울을 외면하던 비루한 그것들이 한 뼘 가슴에도 발붙이지 못한 궁핍한 그것들이 차디찬 주검으로 실려온다 아침햇살 속에서 검게 떠오른다 검게 변한 내 염통에서 박수를 치는 그것들이 찐득한 어둠과 섞여서 징그러운 박수를 치는 그것들이 숨어서 나팔을 불고 있던 나에게 서로의 죽은 몸을 철썩철썩 때리며 달려든다 유일한 불행이 밀려온다 -전문(p. 128-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