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화 또는 세밀화 외 1편 염민숙 너와 답 없는 끝말잇기를 한다 식탁 의자로 탁자를 내리쳤다 유리 탁자가 왕창 깨졌다 내가 말을 잇는다 겹으로 된 유리는 더욱 결속하며 금이 간다 네가 말을 받는다 금과 금이 겹치고 결속하며 세밀화로 바뀐다 세밀화에 세밀화를 겹치면 집이 말할 수 없이 깜깜해졌다 한가운데 물이라도 담길 것처럼 집이 텅 비었다 너와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네가 퇴장했다 내가 퇴장했다 그림자들이 결별했다 -전문(p. 78-79) ------------- 공룡알 보성에서 대구까지 공룡알 24개 34만 원 화물 앱에 뜬 공룡알은 실으러 갔다 고속도로 지나면서 침공 외계인 기지같이 들판에 쌓아둔 게 무언가 했었다 집에서 소 한 마리를 기를 때만 해도 노동의 종말이 무언지 몰랐다 벼를 베면 아이들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