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발자국 이관묵 눈 쌓인 숲길을 걸었네 한 마리 새 발자국을 따라 걸었네 벌판 둘러메고 한없이 혼자 걸어간 흰 발자국 이별의 간격이었네 그 속도였네 한 곳에 이르러 한참을 머뭇거리다 사라진 되돌아 나간 흔적 없는 하얀 영혼 어디쯤일까 나를 오래 세워놓은 여기는 -전문- 해설> 한 문장: 지금 이곳은 여름, 열기의 감옥. 열파 속에서 읽는 겨울의 시. 눈雪이 점령한 백색 공간에서 여름의 백백白白한 햇빛 아래로 건너온다. 상상의 선을 타고 움직인다. 바다가 '나'의 몸에 상감象嵌한 흰 발자국. 그 물빛과 하늘빛 사이에 낀 구름. 몰려오는 바람과 파도의 발톱을 바라보면서 떠올린 것은 절망. '나'를 맑게 하는 눈물을 본 듯하다. 이별만큼 쉬운 것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