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에 떠 있는 것들 1 -돌
정현종
날아가던 돌이 문득 공중에 멈췄다
공중에 떠 있다
一說에는 그 돌이 정치적이라고 한다
그 소리의 化石의 年代는 애매하다
웃지 않는 운명만이 확실하다
다만 鐵裁 프로파갠더를 매일
독약처럼 조금씩 먹는다
- 시집『나는 별아저씨』, 문학과지성사 (전문)
▣ 의식의 지향성으로서 현상학적 고찰/ - 에드문트 후설의 관점에서(발췌)_이구한/ 문학평론가
"날아가던 돌이 문득 공중에 멈췄다" 돌이 공중에 멈췄다고? 시적 화자는 날아가던 돌을 공중에 멈추게 하는 강력한 힘, 강력한 권위를 경험하게 된다. 돌이 공중에 멈추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하지만, 그것은 행동의 결과물을 의미한다. 돌을 던진 주체와 돌을 멈추게 하는 주체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확실한 것은 그 돌이 정치적이라는 사실이다. 의식을 통해 다른 존재와 관계를 맺는 것은 인식이 아니라 존재 관계이다. 자기에 관한 의식이 아니라 무엇인가 대상에 대한 의식이 대자존재로서 주체 의식을 통해 다른 존재와 관계를 맺게 된다. 누군가 아무리 돌을 던져도 그것을 멈추게 하는 힘이 권력자에게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소시민인 민중과 권력자와의 관계이다. 여기서 '一說'이란 말의 발화이며 말의 의미이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돌이 공중에 멈추게 된 유별난 화석化石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하겠다.
권력의 힘은 오늘 어제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화석이 내려온 연대를 측정하기는 어렵다. 프로파갠더를 독약처럼 매일 먹는다. 프로파갠더는 어떤 사상이나 주장 등을 대중에게 널리 설명하여 이해와 동의를 얻으려는 활동이다. 정치적 선전은 세상의 여론을 조작하고 왜곡하여 사람들의 판단이나 활동을 특정한 방향으로 이끌어 간다. "철재 프로파갠더를 독약처럼 조금씩 먹는다"는 표현은 권력에 의해 존재를 마비시키고 파괴시키려는 시도인 것이다. 프로파갠더는 철재鐵材로 단순히 비유된 것이 아니라 몸의 구성요소를 철재鐵裁로 조작한 조작자의 입장에서 보면 더욱 튼튼하고 확실한 방법일 것이다. 첫 행에서 "돌이 공중에서 멈췄다"는 것은 사실이나 실존의 실재성은 아니다. 소시민의 의식이 정치적 화석의 위력에 압도되고 철제 프로파갠더에 영혼이 굳어지고 마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시 「공중에 떠 있는 것들 1 -돌」은 후설의 관점에서 볼 때 의식의 지향성 개념 가운데 권력과 존재론적인 행위를 현상화하였음을 알게 된다.
후설의 현상학은 대상이나 세계를 의식으로 경험한 세계이다. (···) 「공중에 떠 있는 것들 1 -돌」은 일상적인 세계를 벗어난 초재(超在-transzendenz)하는 사물의 세계로서 의식에 의존하고 있다. 의식의 대상의 본질은 관념적 존재이다. 사물로서 존재 차원과 의미화된 차원은 구별된다. 의식이 대상을 관념적 차원으로 파악한 주체자인 '나'는 초험적 자아이다.
칸트의 세계와 후설의 세계의 다른 점이라면 칸트의 세계가 인식 주체인 모든 인간에게 공통적인 세계인 반면 후설의 세계는 개별적 주체의 주관적인 개인 세계이다. (p. 시 69-70/ 론 7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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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구한 문학평론집 『착란의 순간과 중첩된 시간의식』에서/ 2023. 7. 1. <상상인> 펴냄
* 이구한 (본명, 이광소(시인)/ 1942년 전북 전주 출생, 1965년 문공부 신인예술상 시 부문 & 2017년『미당문학』으로 평론 부문 당선, 시집『약속의 땅, 서울』『모래시계』『개와 늑대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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