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발꿈치에 구름이 생겼어요/ 최혜숙

검지 정숙자 2010. 11. 7. 00:13

 

   발꿈치에 구름이 생겼어요


     최혜숙



  내 발등에는 딱따구리 한 마리 살고 있다


  날이 밝으면 슬그머니 모습을 감췄다가

  밤이면 검은 부리로 발목을 쪼아대는

  못 생긴 딱따구리 한 마리 살고 있다


  깁스엔 물이 금물이라는 의사의 말을 어기고

  샤워를 한 것은 잘한 일이었다

  깁스 속에서 밤새 물을 마신 새는

  내 발바닥을 야물야물 파먹기 시작했다


  깁스를 자르는 톱이 다리 위에서 미끄러진다

  발꿈치에 생겨난 하얀 구름

  어젯밤 새가 먹은 것이 구름이었나?


  발바닥으로 생각을 불러 모은다

  통증이 시를 만든다

  딱따구리가 시를 쓴다

 


  *시집『그날이 그날 같은』에서/ 2010.10.30 <도서출판 시와 시학>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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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혜숙/ 전남 영암 출생, 2007년『시현실』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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