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손
이정오
할머니의 문갑 위에
조그맣게 구부러진 손이 있습니다
참새의 손입니다
이박삼일 수학여행을 떠난다며
밤새 조잘대던 새 한 마리에게
허리춤에서 꼬깃꼬깃해진 만 원짜리를 펴
주머니 속에 꼭꼭 넣어줍니다
흰 꽃 앞에서 경계의 눈빛만 반짝이던
고양이 한 마리
한참 동안 당신의 사각거림을 듣고 갑니다
따뜻한 바다를 한 바퀴 돌고 온 참새는
가방 속에서 작은 손을 꺼내어
할머니 등을 긁어줍니다
*계간『문장』2010-가을호에서
*이정오/ 충남 예산 출생, 2010년『문장』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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