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효자손/ 이정오(등단작)

검지 정숙자 2010. 12. 8. 01:59

 

  

  효자손 


   이정오



  할머니의 문갑 위에

  조그맣게 구부러진 손이 있습니다

  참새의 손입니다


  이박삼일 수학여행을 떠난다며

  밤새 조잘대던 새 한 마리에게

  허리춤에서 꼬깃꼬깃해진 만 원짜리를 펴

  주머니 속에 꼭꼭 넣어줍니다


  흰 꽃 앞에서 경계의 눈빛만 반짝이던

  고양이 한 마리

  한참 동안 당신의 사각거림을 듣고 갑니다


  따뜻한 바다를 한 바퀴 돌고 온 참새는

  가방 속에서 작은 손을 꺼내어

  할머니 등을 긁어줍니다

 

 

  *계간『문장』2010-가을호에서 

  *이정오/ 충남 예산 출생, 2010년『문장』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