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시집, 시인의 말>
소 년
정숙자
소년!
이 영원한 신비와 흥분을 떼어놓고
어떻게 예술을 말할 수 있단 말이냐.
소년은 남성 이전의 인간이요,
봄날 아침의 장미꽃 봉오리이다.
소년에게는 남성과 어른과 어린이가 조화롭게 숨어 있어
그 분홍뺨 자체로 황홀한 예술이다.
덜 자란 수줍음 속에는 온화함이,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분노 속에는 정의와 용맹이,
두근거리는 동경 속에는
왕관도 가볍게 여길 수 있는 사랑이 숨어 있다.
내가 소년을 사랑하는 까닭은 미개봉의 가능성
그 무한한 세계의 가능성 때문이다.
한 소년의 설레임과 머뭇거리는 미소를
고정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이가 있다면
나는 그를 전격 숭배하리라.
그러나 신에게조차 그 능력은 결여되었다.
어른이 되어버린 소년의 모습만큼
나를 가슴 아프게 하는 예는 드물다.
그러나 그 안타까움이 없다면? 어찌 되겠는가…
덧없는 아름다움으로 인해
더욱 아름다운 소년이여,
그대만이 한 여인의 침묵 안에
순결한 사랑의 빛을 일깨우리라.
-1993. 겨울
정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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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사랑을 느낄 때 나의 마음은 무너진다』에서/ 1993.12.31.<성현출판사>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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