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트리스 적응기
김희준
당신은 투렛투렛 웃습니다 고딕을 닮은 구름이 정결합니다 단조로운 비가 내립니다 몇 해 전 잃어버린 큐브 조각이 섞여 있습니다 큐브가 깨지면 말을 반복하는 누나, 문장이 분절되는 이유는 묻지 않겠습니다 다각다각 빗방울이 단단해집니다 구름에 담긴 우울을 폭우의 뼈라 이해하기로 합니다 골목에는 검은 뼈를 드러낸 우산이 발에 채입니다 블록이 쌓입니다 밑바닥에 잠긴 누나가 젠가에 갇힌 하루를 보냅니다 막대기가 된다면 벌칙의 이름은 누나입니다 제 몸을 조립하는 누나에게 밀도 높은 저녁이 쏟아집니다 분리불안을 앓는 레고가 다리에 붙습니다 의족은 땅을 딛는 방법이 서툽니다 누나의 틈을 엿봅니다 퍼즐로 만들어진 병실과 링거는 아래에서 위로 굳어갑니다 여름은 때때로 자리를 잃어버립니다 그러므로 먹구름이 고딕양식으로 완성될 때 퍼즐 조각을 숨겨두어야 합니다 쏟아지는 곳마다 누나의 흉부가 패입니다 벌어진 몸을 초소형의 큐브조각이 채웁니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밤이 지날 때 달은 허물어지고 당신은 투렛투렛 우는 방법을 터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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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사람』 2019-겨울호 <신작시>에서
* 박송이/ 2017년『시인동네』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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