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폭탄/ 김화순

검지 정숙자 2020. 1. 17. 02:05

 

 

    폭탄

 

    김화순

 

 

  양말 차곡차곡 쌓인 사거리 트럭에서,

  세일하는 백화점 매대에서,

  폭탄을 한 아름 안고 집으로 왔는데요

  폭탄을 장전한 세일 전단지들

  현관에도 수북하네요

 

  지구 곳곳은 폭탄테러와 자살폭탄으로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어요

  여기저기 살 곳을 찾아 흘러다니고 있어요

  이제 폭탄은 지구적 일상

  오늘도 폭탄발언에 상처 입은 사람들 삼삼오오 모여

  폭탄주로 서로의 상처를 터트리는데요

 

  동창회에 나가 추억을 낭비하고 온 저녁

  문득 엄마의 잔소리가 그리워지네요

  나도 한때는 엄마가 끌어안고 살던 시한폭탄

  폭탄이 폭죽이 되었던 날도 있었지만

  나는 엄마 가슴에 몇 개의 구멍을 냈을까요?

  세상의 모든 엄마는 관흉국 사람이었네요

 

  이젠 내가 양손에 시한폭탄 쥐고 전전긍긍하는데요

  내 가슴의 구멍도 조금씩 커져가고 있어요

  산다는 건 내게 날아든 수많은 폭탄들

  혹은 내가 던진 수많은 폭탄들

  꼭 끌어안고 자폭하는 일이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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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층』 2019-겨울호 <다층 시단>에서

   * 김화순/ 2000년『시와정신』으로 등단, 시집『사랑은 바닥을 쳤다』『시간의 푸른 독』, 저서『현실 체험시의 이론과 가능성』『김종삼 시 연구』